[BIT 인사이트 저널] 작품 소유권 분할구매 '테사', 중국 미술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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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8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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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P2P(개인간거래) 방식으로 생성된 체인 형태의 연결고리를 통해, 데이터 저장 환경에 분산 처리하는 신개념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즉, 데이터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동시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모든 데이터의 거래/처리 내역이 여러 대의 컴퓨터에 동시 기록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투명한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인 NFT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이 NFT는 디지털 자산을 잘게 쪼개어(토큰화) 별도의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며 블록체인 상에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돼 자산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 원장 거래기록 관리 방식 <출처=테사>
블록체인 원장 거래기록 관리 방식 <출처=테사>

이러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미술시장에 적용시킨 기업이 있다. 국내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대표주자 '테사(TESSA)'는 디지털 분할 소유권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안전하게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는 미술품 재테크 플랫폼이다. 즉 테사가 해외 경매장에서 작품 실물을 매입해, 작품 소유권을 분할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처럼 작품의 실제 소유권을 분할 판매하기 때문에, 최소 거래금액인 단 1천 원만으로도 예술계 거장의 작품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구매자는 작품 하나의 소유권을 나눠 가지게 되며, 테사는 이들 구매자에게 지분에 상응하는 NFT를 발급한다. 이후 구매자는 자신의 소유권을 자유롭게 판매하거나 재구매할 수도 있는데, 이때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 상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자신이 작품 실물을 직접 보유하진 못하더라도 분할 소유권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도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소유권 분할판매로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기업 테사, 만일 해외 미술시장으로 진출한다면 어느 국가에 적합할까? 또는 그 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대륙의 '큰손' 중국, 세계 미술시장을 장악하다

지난 10년 간 전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는 큰 파도를 맞이했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미술품 경매 매출이 35억 달러(한화 약 4조 15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 비해 13% 늘어난 규모이자, 2015년 이후 최근 6년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춤했던 미술시장이 다시금 호황기를 맞이한 것이다.

크리스티는 올해 미술 경매시장의 호황기를 이끈 주축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손꼽았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올해 상반기 총 경매 매출의 39%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고, 그 중심에는 상당한 구매력을 자랑하는 ‘큰손’ 국가, 중국이 있다. 2006년만 해도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5%에 불과한 점유율을 보이던 중국은 2016년 3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고, 현재는 미술품 거래시장 규모 20조 원을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미술시장에 올라서 있다.

사실 중국 미술시장의 역사는 몇백 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서양 미술시장과 달리 불과 40년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이 세계 1위 미술시장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처형 (The Execution)>, 유에민쥔, 1995년작
<처형 (The Execution)>, 유에민쥔, 1995년작

중국 미술시장은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과 동시에 당시 예술가들의 억압받던 예술적 본능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은 시대적인 억압과 고통, 그리고 이로부터 해방하려는 자유의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예술 양식은 '혁명 예술'로 불리면서 분류되고 있다.

혁명 예술은 중국 현대미술의 4대 거장인 팡리준, 쟝샤오강, 쩡판즈, 유에민쥔을 낳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정치적 규제와 억압 등의 고비를 거친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뒤늦게 미술시장이 활성화됐고, 이는 중국인의 예술적 본능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1990년대, 중국 미술시장은 또 한 번의 중요한 전환점은 맞이했다. 이 시기에는 차이나가디언과 같은 중국 국내 경매사가 속속 등장했는데, 당시 이들은 국가의 엄격한 시장 경제 규율에 따라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차이나가디언과 같은 중국 경매사들의 거래량은 전 세계 3, 4위에 오를 만큼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큰손' 국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중국은,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놀라운 구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억만장자도 셀 수 없이 많으며, 그들의 경제력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2021 중국 개인 부자 보고'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가투자자산(총자산에서 거주용 부동산과 바로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제외한 금액) 1000만 위안(약 17억 5100만 원) 이상 자산가는 26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자산 총액은 무려 84조 위안(약 1경 4711조 원)에 달한다. 자산가 규모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2012년 이래로 꾸준히 자산가 규모가 늘고 있고, 올해 말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적 규모가 확대되고, 엄청난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큰손'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미술시장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또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미술 경매시장 구매액 (단위: 달러) <출처=동아비즈니스리뷰, 자료=Artprice>
전 세계 미술 경매시장 구매액 (단위: 달러) <출처=동아비즈니스리뷰, 자료=Artprice>


세계적인 아트테크(Art+Tech) 붐, 중국은?

전 세계에 걸쳐 아트테크(Art+Tech)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아트(예술)와 재테크가 합쳐진 아트테크는 예술품을 관람을 넘어 수익창출이 가능한 투자상품으로 보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부유층에게만 국한돼 있던 미술품 투자가 대중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을 닫았고, 미술시장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점차 확대됐다. 사람들은 온라인 전시를 즐기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사고파는 거래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IT 기술의 발달은 테사와 같은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 판매/구매하는 신개념 투자 방식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미술투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장 미쉘 바스키아의 ‘전사’는 지난 3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4100만 (미국) 달러에 판매됐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된 서양 미술품 중 최고 낙찰가다 <출처= 크리스티>
장 미쉘 바스키아의 ‘전사’는 지난 3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4100만 (미국) 달러에 판매됐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된 서양 미술품 중 최고 낙찰가다 <출처= 크리스티>

이러한 전 세계의 아트테크 트렌드, 중국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도 세계 미술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과거에 비해 해외 온라인 미술 플랫폼을 활용해 미술품에 투자하는 컬렉터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에 속한다. 이는 중국 미술 투자자들의 투자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는 서화와 도자기 같은 고미술품 부문이 차지하며, 고미술품의 거래량 비중이 컨템포러리 아트에 비해 훨씬 크다. 고미술품의 경우, 작품 실물의 상태가 매우 중요할뿐더러, 정밀하고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는 감정과 고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미술시장이 점차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중국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 및 안전 투자상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미술시장에서의 아트테크 미래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중국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중국에서 테사와 같은 아트테크 플랫폼이 아직까지 블루오션 아이템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테사, 중국 미술시장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라

아트테크 붐의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만족을 극대화하는 '취향 소비'를 추구하고, 디지털 소비에 매우 익숙하다. 적은 금액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아트테크의 메리트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후원사 UBS가 펴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홍콩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미술투자 열풍은 뜨거우며,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세대와 X세대(1965~1980년생) 미술 컬렉터의 경우 고미술품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미술 투자 성향은 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의 컬렉터들은 서양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고, 서양의 컨템포러리 아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부를 축적한 30대 젊은 층의 경우 전통적인 투자 상품보다는 신흥 상품 및 이색 투자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을 주로 판매하는 테사의 가장 적합한 중국 타겟층은 밀레니얼 세대라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현지화하라

최근 중국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애국 소비 '궈차오'가 열풍이다. '궈차오'란 자국 브랜드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로, 단순 제품을 넘어 문화, 일상생활, 취미생활까지 범위가 넓게 적용된다. 테사가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정확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비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1천 532억 원에 낙찰된 치바이스의 '산수 12조병'
중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1천 532억 원에 낙찰된 치바이스의 '산수 12조병'

중국의 현대미술은 전 세계 미술시장에 '황색 돌풍'을 일으킬 만큼 놀라운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를 테면 중국 작가 치바이스(1864~1957)의 작품의 총거래액이 3억 1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1928~1897)을 제치고 전 세계 인기 작가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테사가 서양 컨템포러리 아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현대미술품을 사들여 투자상품으로 오픈한다면 애국 소비 성향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관심도 및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화와 도자기 같은 고미술품이 중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고미술품은 실물 상태가 매우 중요하고, 정밀한 감정과 고증의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경우는 드물다.

테사의 경우 작품 실물을 직접 매입하여 보관, 관리하며 작품 소유권을 디지털 분할 소유권의 형태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고미술품의 정밀한 감정과 고증 과정 및 품질 관리까지 직접 담당한다는 차별점을 강조할 수 있다. 더불어, 직접 매입한 고미술품을 갤러리 혹은 전시장에 대여하고, 그 대여수익을 각 소유권자에게 나눠 분배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 외에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미술 컬렉터까지 유입할 수 있는 전략이 되리라 예상한다.

아트테크로 돈도 벌고, 체면(面子)도 세울 수 있다면

"나 어제 앤디 워홀 작품 샀어"라는 말이 더 이상 터무늬 없는 소리가 아닌 시대가 됐다. 유난히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지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앤디 워홀' 작품도 분할 소유권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출처=테사>
'앤디 워홀' 작품도 분할 소유권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출처=테사>

적은 금액으로 예술 거장의 작품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 가능한 미술투자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다면 중국 미술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지원 (jiyomi6314@yonsei.ac.kr)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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