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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IT(잇)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축산 디지털 전환과 원 헬스 부문 리더로”

입력 2021-10-01 15:17업데이트 2021-10-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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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헬스(One Health)’, 사람·동물·환경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모두가 건강히 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셋 중 어느 하나가 병에 걸리면 나머지 모두도 병을 앓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늘 자신의 건강,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건강을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원 헬스의 구성원인 동물의 건강에는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다.

동물은 환경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군다나 동물 가운데 소·돼지·닭 등 가축은 사람에게 음식이 돼 영양분을 제공한다. 따라서 동물이 건강해야 환경과 사람도 건강해진다는 원 헬스의 이론은 맞는다.

2017년 문을 연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가 주목한 이론도 원 헬스다. 사람의 건강을 챙기는 헬스케어,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리사이클링(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기술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동물의 건강을 신경 쓰는 기술은 거의 없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소·돼지·닭 등 가축의 건강을 위한 헬스케어 기술을 고안했다. 이 기술을 만들기 위해 가축의 질병과 치료를 다루는 수의학, 수의학이 쌓아온 수많은 임상 실험 데이터, 이 데이터를 알맞게 분석할 인공지능(AI), 헬스케어의 효능을 높일 바이오 기술을 차근차근 쌓았다. 그리고 이들 기술과 데이터의 융합을 시도했다.

그 결과물이 딥 테크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이다.

한국축산데이터 임직원들.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데이터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축산업 부문에서 쓸 데이터는 거의 없었어요. 가축의 혈액을 분석하면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데, 이 진단 기준조차 없었습니다. 카메라로 동물을 촬영해 움직임을 추적하고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을 생각했는데, 이 역시 동물과 움직임을 연결할 데이터가 없어 만들기 어려웠어요. 데이터가 없으니 축산업은 AI의 수혜를 받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가축의 혈액 데이터와 임상 증상, 가축의 움직임을 분석할 동영상 및 사진 판독 기술을 먼저 다뤘어요.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으고 분석해 기술을 상용화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팜스플랜이에요. 기술 완성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외국의 관련 논문과 견주어도 내용과 효능 모두 우수해요.”

경노겸 대표는 팜스플랜을 소개했다. 팜스플랜은 ▲가축 정기 건강 검진 ‘케어’ ▲AI 가축 모니터링 ‘라이브’ ▲축사 환경 모니터링 ‘에코’ ▲통합 전산 관리 프로그램 ‘매니저’ 등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팜스플랜 케어.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 케어는 가축의 질병은 물론 면역력 검사까지 포함한 정기 건강 검진 프로그램이다. 가축병성감정실시기관 국가 인증을 받은 기술로, 가축의 주요 질병에 대한 항체 검사에서부터 바이러스 침투 시 대항할 면역력 검사까지 폭넓은 진단을 제공한다. 발병 전 가축의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 의학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팜스플랜 라이브.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 라이브는 가축 농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동영상을 찍고, 가축의 행동과 움직임을 AI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를 활용하므로 설치와 사용이 간편하고 넓은 농장에도 적용 가능하다. 팜스플랜 에코는 가축 사육에 필요한 환경 변수를 실시간 관리한다. 온습도는 물론 산소 농도,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등 가스 발생 여부를 모듈형 키트로 맞춤형 관리한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팜스플랜 매니저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팜스플랜 프로그램들을 가축 농장 맞춤형으로 설계해 멤버십 요금제로 운용한다.

팜스플랜 매니저.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가축이 이상 행동을 보이고 폐사할 때 지금까지는 임상 증상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어요. 폐사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가축 질병이 돌아도, 원인 조사와 분석이 안 되니 해결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방지는 물론 불가능했고요.

가축 폐사의 주 원인은 변이 바이러스였어요.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 가축용 백신을 개발해도 소용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수의학계는 질병에 걸린 가축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예방 의학을 도입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가축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방지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어요.

가축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방지하려면 헬스케어는 필수입니다. 가축의 혈액이나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해 건강을 진단하는 원리입니다. 팜스플랜을 구축할 때, 우선 사람의 건강 검진처럼 가축의 혈액을 뽑아 건강 요소를 조사하는 방법을 떠올렸어요. 그러면 가축의 질병 감염 여부뿐 아니라 질병에 대한 면역 상태, 가축에게 투여하는 약품이 질병에 효과를 발휘하는지까지 알 수 있어요.

가축을 모니터링할 수단으로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합니다. 축산가에서는 농장주 한 명이 가축을 천 마리 넘게 관리합니다. 가축이 사료를 잘 먹는지, 이상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지 감시하는데 가장 좋은 것이 동영상이에요. 높은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움직임을 포착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가축은 활발히 움직이지만, 병에 걸리거나 아픈 가축은 움직임이 둔합니다. 여기에 임상학 데이터 분석을 더합니다.”

한국축산데이터 연구 현장.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축산데이터에게 시련이자 또 하나의 기회가 됐다. 팜스플랜은 비대면 클라우드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로 가축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센서로 농장의 환경을 분석한 후 클라우드로 관리한다. 농장주나 수의사들이 원격으로 가축을 관리하도록 돕는다. 클라우드 프로그램이므로 거리 제약도 없다. 한국에서 외국의 가축 농장을 관리하는 것도 된다.

대부분의 나라가 축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축산 담당 부서는 엄격한 심사와 치열한 논의를 거친 후에야 새로운 축산 기술을 도입한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팜스플랜을 미국,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 축산 업계에 전파하고 있다. 인도 주 정부와 수의학 대학교, 말레이시아 국영 및 민간 기업이 한국축산데이터의 기술을 활용한다.

한국축산데이터 연구 현장.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은 가축을 키우는 나라 어디에든 공급할 수 있어요. 물론 해외 진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진출 전략을 다르게 세웠어요.

미국이나 유럽은 축산 선진국입니다. 가축 농장이 대형화돼 생산성이 아주 높죠. 반면, 중남미 혹은 아시아권 나라의 가축 농장은 아직 보완할 여지가 있어요. 가축의 생산성과 농장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유럽에는 팜스플랜의 ‘비대면 관리’가 유용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면서 사람이 담당하던 관리 기술이 소용 없게 됐거든요. 한국축산데이터만이 가진 카메라 관리 기술을 미국 가축 농장에 공급했습니다.

또한, 미국 소비자는 깨끗한 환경에서 잘 관리 받은 축산물을 선호해요. 음식 관련 회사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이 원재료, 축산물의 품질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팜스플랜이 차별화된 가치를 줍니다. 비대면 환경에서 AI 헬스케어로 관리한 농장에서 나온 고기, 매력적이지 않나요?

동남아 가축 농장은 규모는 크지만, 질병 관리 기술이 열악합니다. 팜스플랜의 가축 헬스케어 기술로 우선 질병을 관리,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지 파트너 기업에게 팜스플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지화도 이루고요. 이런 방식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나라, 중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입니다.”

팜스플랜 농장에서 얻은 육류.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는 팜스플랜을 비롯한 한국축산데이터의 기술이 축산 업계 외에도 소비자, 식품 기업과 유통사에게도 이점을 가져다 준다고 강조한다.

“돼지를 관리하는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고 2020년 이 기술을 소와 닭으로 확대 적용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가축이니까요. 실제로 한국축산데이터가 진출한 나라 가운데 인도는 젖소를, 미국과 말레이지아는 돼지 혹은 닭을 많이 키우고 또 소비합니다.

가축은 모여서 삽니다. 그러니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돼지열병 등의 병해가 삽시간에 퍼져요. 지금까지는 이 병해가 일어날 지 예측하지 못했고, 일어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팜스플랜으로 가축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챙기면 병해에 선제 대응할 수 있어요. 자연스레 피해를 줄이고 더 빨리 복구하도록 돕습니다.

팜스플랜은 축산가가 피땀흘려 기른 가축의 건강을 챙기고 병해 피해를 줄여줍니다. 게다가 항생제와 영양제 사용량을 줄여 비용도 절감해주죠. 실증해보니 팜스플랜을 도입한 축산가는 매월 항생제 사용량을 80%까지 줄였고, 영양제를 비롯한 전체 약품 구입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있었어요. 가축 생산비 가운데 60%~70% 비중을 가진 사료 구입 비용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폐사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가축을 건강하게, 경제적으로 기르면 유통사와 식품 관계사에게도 큰 도움을 줍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가축의 고급 고기를 얻으니까요. 팜스플랜으로 가축의 건강을 챙기면 고기의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 가능합니다. 소비자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고기를 제공한다고 하면, 홍보 효과도 상당하지요.

팜스플랜은 약품이나 사료 제조사도 돕습니다. 약품과 사료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 비율을 맞추지 못해 낭비되던 것을 없앤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약품과 사료를 알맞은 시기 적재적소에 공급한다면 영업 효율은 높아져요. 실제로 한국축산데이터는 약품이나 사료 제조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내외 여러 가축 농장을 관리합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는 사업의 본질을 ‘질병’과 ‘음식’ 연구라고 소개한다. 한국축산데이터의 목표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세계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것, 이 결과로 가축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해 질병을 관리하고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다. 가축의 건강을 확보해 깨끗한, 믿고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원 헬스의 구성원인 동물이 건강해야 환경과 사람도 건강해지는 까닭이다.

“가축의 헬스케어는 지금까지 추상적인 개념이었어요. 한국축산데이터는 이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술 표준화를 이끌 것입니다. 원 헬스, 사람과 환경과 가축 모두가 건강하면 우리 삶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증명하겠습니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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