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은 다 나왔다, 소비자 선택만 남은 하반기 PC 시장

동아닷컴 입력 2021-06-18 18:08수정 2021-06-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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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의 컴퓨터 전시 박람회인 컴퓨텍스(COMPUTEX) 2021이 이달 초 1일부터 5일 사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됐다. 컴퓨텍스는 미국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와 독일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스페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와 같은 국제 IT 박람회로, 노트북 및 데스크톱과 관련된 컴퓨터 하드웨어가 전시된다. 특히나 컴퓨텍스는 한 해의 중심인 6월 개최되기 때문에 하반기 PC 시장은 물론 이듬해 초 시장 분위기까지 한 번에 짚어볼 수 있는 이정표로서의 역할도 한다.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 출처=인텔코리아

올해 컴퓨텍스에서도 인텔과 AMD, 엔비디아 모두 새로운 제품과 향후 라인업을 공개해 시장의 방향을 제시했고, 대만 기업인 에이수스와 기가바이트, MSI 등의 기업들도 새 CPU와 GPU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힘을 보탰다. 올해 컴퓨텍스의 최대 화두는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절반가량 줄인 엔비디아의 LHR(Lite Hash Rate) 기술이 적용된 그래픽 카드의 등장이고, 노트북 시장에서는 컴퓨텍스 직전 발표된 11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가 조합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여러 소식을 종합해 올 하반기 PC 시장의 추세와 흐름을 간단히 짚어본다.

암호화폐로 경직된 데스크톱 시장, 게임으로 다시 일어선다

컴퓨텍스 개최 직전인 5월 21일, 엔비디아는 5월 말 생산될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과 3070, 3060 Ti는 물론, 새로운 3080 Ti 및 3070 Ti에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50%로 제안하는 LHR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발 수요로 인해 그래픽 카드 가격이 권장 소비자 가격 대비 4~5배까지 폭등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쓸 그래픽 카드는 물론 GPU를 활용한 기계 학습(머신 러닝), 딥 러닝, 인공지능 개발 등의 영역에까지 문제가 생길 조짐을 보이자 암호화폐 채굴 용도로 쓰이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구조는 사용자가 컴퓨터의 연산 능력으로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 등을 기록한 블록을 생성하고, 그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는다. 이를 위해 채굴 전문업자들이 그래픽 카드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래픽 카드 가격이 폭등했고, 올해 4월에 비트코인 가격이 8천만 원대까지 상승하며 그래픽 카드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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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시된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 그래픽 카드. 출처=엔비디아

지난해 12월 출시한 RTX 3060 Ti의 경우 출고가가 399달러(한화 약 45만 원)로 책정돼 약 55~60만 원에 판매를 시작했지만, 지난달에는 250~300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LHR 적용 직후 300만 원에 육박하던 1~2주일 사이에 100만 원대 초반으로 폭락했다. 여전히 초기 출고가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상대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까지 내려오면서 조립 PC 시장도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컴퓨텍스 2021에서 잠깐 공개된 차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 ‘엘더 레이크’ 관련 정보. 출처=인텔

LHR 그래픽 카드를 통한 시장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하반기 PC 시장은 상반기보다는 나을 전망이다. 일단 엔비디아가 RTX 3060 Ti와 3070, 3080에 이어 보급형 모델인 RTX 3050, 3050 Ti, 3060, 중급형 모델인 RTX 3070 Ti, 3080 Ti까지 라인업을 촘촘히 다듬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텔이 올해 하반기에 10나노 슈퍼핀 공정 기반의 새로운 고성능 프로세서, 코드명 엘더 레이크(Alder Lake)를 공개할 예정이다. 엘더 레이크는 2015년 출시된 인텔 브로드웰 아키텍처 이후 처음으로 10나노 공정이 적용되는 데스크톱 프로세서여서 하반기 PC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트북 시장은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H’가 대세

하반기 데스크톱 시장에서 ‘엘더 레이크’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면, 이미 노트북 시장에서는 10나노 공정 기반의 11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이하 타이거레이크-H)가 시장을 달구고 있다. 타이거레이크-H는 지난해 9월 출시된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U 프로세서의 고성능 버전으로, 게이밍 노트북 및 워크스테이션에 주로 탑재된다.

CES2021에서 공개된 11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용 프로세서 관련 정보. 출처=인텔

11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는는 최대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다중 코어 동작 속도가 최대 5.0GHz로 동작해 크고 무거운 작업도 빠르게 처리한다. 이전 세대 프로세서와 비교해 2.5배 높은 피시아이 익스프레스(PCI-Express) 대역폭을 갖췄고, CPU가 그래픽 카드의 GDDR6 메모리에 직접 접근해 지연 시간은 줄고 게임 프레임은 증가한다. 아울러 DDR4-3200 메모리를 공식 지원해 동일 용량의 메모리도 더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인텔 썬더볼트 4와 와이파이 6E도 공식 지원해 다양한 장치 지원과 빠른 네트워크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타이거레이크-H가 노트북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난 몇 년 간 출시된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타이거레이크-H는 2015년 브로드웰-HQ 시리즈 이후 6년만에 14나노에서 10나노 공정으로 넘어온 첫 고성능 프로세서다. 나노공정이 미세화되면 그만큼 전력 소모량은 줄면서 성능은 향상되므로, 그간 침체돼있던 고성능 노트북 수요와 공급이 몰릴 여지가 크다. 또한 엔비디아 RTX 20 시리즈에서 사실상 누락되었던 보급형 그래픽 카드 제품군이 RTX 3050, 3050 Ti로 공백을 메우면서 보급형~중급형 게이밍 노트북 시장의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 노트북. 제공=엔비디아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타이거레이크-H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조합된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나 터프 게이밍, 기가바이트 어로스와 에어로, MSI GP, GE 시리즈가 출시를 끝냈다. 컴퓨텍스를 기점으로 등장한 게이밍 노트북들은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와 다르게 암호화폐의 그래픽 카드 수요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점, 11세대 인텔 코어 i5와 RTX 3050 조합으로도 1~2년 전 출시된 게이밍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 등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경쟁사인 AMD 역시 코드명 세잔(Cezanne) 고성능 프로세서와 RDNA2 기반의 RX 6000 시리즈 모바일 그래픽 카드를 선보였으며, 이미 시장에 세잔과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가 조합된 고성능 노트북들이 등장했다.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노트북 시장은 인텔 타이거레이크-H 프로세서와 RTX 30 조합 노트북, 그리고 AMD 세잔과 RTX 30 조합 노트북이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가격 추이 지켜봐야··· 필요한 시기가 구매 적기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평균 성장률을 올해 초 19%에서 24%로 상향 수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PU 및 GPU와 관련된 로직 반도체는 지난해 대비 38% 매출이 증가할 것이며, D램 반도체도 전년 대비 41%가량 늘 것으로 보고 있다. SSD와 관련된 낸드플래시 매출도 22%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로직 반도체의 수익률은 4% 감소하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2분기 안정화 후 하반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일반 소비자용 완제품 PC 가격도 오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PC 시장은 데스크톱을 구매하느냐, 노트북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온도차가 다르다. 데스크톱은 올해 말 엘더 레이크 출시와 LHR 그래픽 카드의 가격 안정이 교차하고 있어서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면 게이밍 및 작업용 노트북은 컴퓨텍스를 전후로 공개된 제품 조합이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필요한 시점에 구매해도 무방하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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