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중성미자, 초신성 폭발과정 밝힐 유일한 수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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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질량 연구로 노벨상 수상
日 가지타 소장 국내 온라인 강연


“인류는 먼 우주에서 쏟아지는 빛과 전파, 중력파, 입자 등 다양한 신호를 이용해 천체를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중성미자’가 앞으로 이를 주도할 핵심 입자가 될 겁니다.”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62·사진)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ICRR) 소장은 이달 10일 국내에서 열린 온라인 강연에서 “우주 현상을 다각도로 관측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에서 중성미자는 새로운 우주 망원경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강연은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가 주최하는 ‘제5회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 워크숍 특별세션’으로 열렸다. 중성미자는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이지만 질량이 거의 없고 전기도 띠지 않아서 세상 대부분의 물질을 그냥 통과한다. 가지타 소장은 전자와 뮤온, 타우 등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서로 자유롭게 형태를 바꾸며 변신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음을 처음 확인했고,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가지타 소장은 e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성미자의 질량은 아직도 모른다”며 “우주의 팽창과 물질, 반(反)물질의 비대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우주는 빅뱅(대폭발) 직후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며 물질과 반물질을 만들었지만, 현재 우주에는 물질만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빛의 입자(광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중성미자가 이런 비대칭을 설명할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중성미자 연구에서 두 차례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8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검출시설인 ‘하이퍼-가미오칸데’ 구축을 시작했다. 가미오카 광산 지하에 지름 74m, 높이 60m의 거대한 탱크를 설치한 다음 방사성 물질 등 불순물을 없앤 깨끗한 물 26만 t을 채워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할 계획이다. 가지타 소장은 “중성미자는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이나 초신성 폭발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과학자 10여 명이 이끌고 있는 KNO 추진단을 중심으로 중성미자 검출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해발 1000m 정도의 산 지하에 50만 t의 초순수 물을 채워 중성미자를 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구축되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추진단은 올해 1월 중성미자 검출시설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냈다. 세계 최대 중성미자 학회인 ‘뉴트리노 2022’도 유치해 내년 5월 서울에서 개최한다. 가지타 소장은 “일본 하이퍼-가미오칸데와 한국 KNO의 협력을 통해 중성미자의 비밀을 캐기 위한 과학적 성과는 높이고 검출기 구축 등 기술적 어려움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중성미자#초신성 폭발과정#다중신호 천문학#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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