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탓 꿈도 접어”…30대 남성 환자 급증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15시 28분


코멘트
“허리 디스크 때문에 꿈도 접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광고 기획자를 꿈꿨던 김현중 씨(34·가명)는 최근 업계 정상급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지난해 발병한 허리 디스크가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8년 입사 후 6년 동안 거의 매일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근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급성 요통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가 추간판 장애(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부터 일에 전념할 수 없었다. 2~3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요통이 밀려와 업무 생산성도 뚝 떨어진 것. 김 씨는 대학시절부터 꿈꾸던 광고 기획자의 길을 접고 연봉이 1000만 원 이상 적지만 일의 강도가 덜한 업체로 이직을 결심했다. 김 씨는 “허리 통증이 내 인생까지 바꿀지는 상상도 못했다. 평소 운동도 하면서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30대 남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30대 남성은 3만5535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2010년(2만528명)보다 1.4배에 이르는 수치다.

30대 허리 디스크 환자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를 이용해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의 비율이 높은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척추와 척추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는 20대 후반부터 수분이 빠져나가고, 콜라겐 등 섬유질이 증가하면서 디스크가 푸석푸석하게 변한다. 이럴 경우 허리에 미치는 압력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작은 힘에도 디스크가 밀려나가거나 터질 수 있다. 특히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적절한 허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디스크가 더 약해질 수 있다.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장은 “20대 이후 디스크 퇴행이 시작돼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게 상식인데,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면서 가장 업무 강도가 높은 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뿐 아니라 전 연령대의 허리 디스크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허리 디스크로 입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27만9327명으로 전체 입원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허리 디스크 입원 환자는 2010년(16만1337명)에는 전체 질병 중 입원 환자가 7번째로 많았지만 5년 만에 1.7배 늘어 1위가 됐다.

허리 디스크 다음으로 입원 치료를 많이하는 질병은 폐렴(26만6645명), 노년성 백내장(25만1052명), 위장염 및 결장염(22만2367명), 치핵(19만4596명) 순이다.

한편 외래 진료를 가장 많이 받는 질병은 급성 기관지염(1508만4000명)이었다. 급성 기관지염은 2010년 이후 5년째 1위 자리에 있는데, 진료인원도 2010년(1228만2399명)보다 22.8% 증가했다. 치은염 및 치주질환(잇몸질환)은 2013년 스케일링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의 영향으로 외래 환자수 2위(1289만6270명)에 올랐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