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첨단의학을 달린다]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 줘 치료한다

  • 동아일보

신경자극치료

인체의 신경 시스템은 대뇌, 척수, 감각 뉴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신체 각 부위에 이르기까지 마치 전선처럼 촘촘히 연결돼 신호를 교환하고 기능을 관장한다. 이 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과 장애로 이어진다. 하지만 신경계에서 비롯된 질환은 그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치료법 또한 제한적이다.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신경자극 치료(neurostimulation)’가 떠오르고 있다.

이 치료법은 전류자극을 발생시키는 ‘이식형 본체’, 자극을 전달하는 ‘전극선’, 그리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전류자극을 설정하고 통제하는 ‘외부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는다. 전류자극의 부위에 따라 대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 천수신경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치료할 수 있는 질환도 운동장애부터 만성통증, 요실금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중증우울증이나 치매 치료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치료법은 환자에게 효과가 없을 경우 이식된 기기를 쉽게 제거해 원상회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우선 대뇌 시상하부 주변 다양한 부위에 전류를 가하면 파킨슨병을 비롯한 운동장애 환자의 증상이 개선된다. 뇌심부자극술이라 불리는 이 수술은 전기자극을 통해 중추신경 내 행동신호 이상을 개선 및 조절해 준다. 전 세계적으로 12만 명 이상이 이미 이 수술을 받아 안전성이 검증됐다.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 진전, 뇌전증(간질), 난치성 강박장애 그리고 불인성 만성통증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 6개 질병 모두에 보험이 적용된다.

만성통증 치료에는 척수자극술이 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만성통증은 환자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심하면 영구적 장애가 동반될 수도 있다. 환자가 신경신호를 통해 통증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척수자극술은 척수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대신 전해 환자가 실제 느끼는 통증을 감소시킨다. 척수자극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활동 수준이 시술 전보다 증가하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2012년에는 국내에 자세 감지 척수자극술이 도입되었는데, 눕거나 엎드리는 등 다양한 자세에 맞는 적정량의 전류자극을 자동으로 전하는 방식이다. 이식 환자의 사용상의 편의와 통증 조절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에 주목받는 것은 천수신경자극술이다. 천수신경은 항문괄약근, 대장 등의 움직임을 관장하는데, 이 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가하면 요실금 등 배뇨 장애 환자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최근 국내에서 변실금 환자 치료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았다. 변실금은 지독한 악취 때문에 환자의 사회성의 종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외과적 수술 이후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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