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Beauty]“안전성 높은 ‘베로세포배양백신’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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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1만5000명이 목숨 잃는 일본뇌염, 치료법 없어 예방이 중요
세계적으로 안전성 입증된 ‘베로…’ 국가지원으로 소비자 혜택 넓혀야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사진)은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이전 백신에 비해 더욱 안전하다”며 “국가필수예방 백신으로 가입해 모두가 고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사진)은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이전 백신에 비해 더욱 안전하다”며 “국가필수예방 백신으로 가입해 모두가 고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질병관리본부가 4월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부산지역에서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산에 이어 전주 군산 진안 등 전북지역, 그리고 5월엔 제주도에서도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사람의 95%가량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일부는 고열과 함께 두통, 구토, 복통 등 이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급성기에 이르면 의식장애, 경련, 혼수에 이르게 되며 대개 발병 10일 이내 사망한다.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언어장애, 판단능력 저하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뇌염은 일단 감염되면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7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감염자 중 약 1만5000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 6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철저한 예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쥐의 뇌조직에서 배양한 사백신, 햄스터 신장세포에서 배양한 생백신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엔 안전성이 더욱 높아진 베로세포배양백신이 국내에 도입돼 주목받고 있다.

육아건강서적 베스트셀러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은 19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이전 백신에 비해 더욱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필수예방백신으로 가입돼 있지 않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국가에서 비용을 적극적으로 책임져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높인 베로세포 백신

원숭이 신장세포에서 배양한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오래전부터 안전성을 입증받아 온 베이징주를 사용한 백신이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5월 녹십자가 처음 들여와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일찍부터 이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하 원장은 “일본은 세포배양일본뇌염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포함돼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며 “한국에선 국가필수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1회에 6만 원씩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배양백신은 기존 사백신처럼 총 5회를 접종해야 한다. 한 번 맞으려면 30만 원은 든다는 말이다. 백신 호환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백신이나 생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중간에 세포배양백신으로 교차접종을 해서도 안 된다.

베로세포백신은 기존 사백신, 생백신과는 달리 과민증 등 이상반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젤라틴, 항생제, 치메로실 등이 함유되지 않은 고순도 정제백신이다. 하 원장은 “기존의 생백신, 사백신이 안전하지 않거나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다만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안전성이 더욱 높아진 백신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 건강을 위한 투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실제 소아과를 찾는 보호자들 중에는 미리 베로세포배양백신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 백신을 접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 건강에 갖는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하 원장은 이를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 현상에 비유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라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듯이 돈을 더 내서라도 베로세포배양백신을 찾는 것”이라며 “기존 사백신과 생백신이 일반 식품이라면 베로세포배양백신은 유기농 식품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 원장은 “안전한 베로세포배양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포함돼 모두가 무료로 접종할 수 있는 혜택을 줘야 한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자 안전한 백신에 대한 알 권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하 원장의 지론이다.

하 원장은 “1980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일본뇌염으로 100명가량 사망했다”며 “실제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실시한 후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 원장은 “간혹 인터넷에서 백신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며 맞지 말라는 식의 글이 돌아다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일본뇌염 백신은 물론 자궁경부암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각종 백신은 반드시 맞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매년 여름철에 받아야 하는 계절접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권장 접종 시기에 맞춰 연중 어느 때나 접종 가능하다. 베로세포배양백신도 사백신처럼 1∼3차는 생후 12∼35개월, 4차는 만 6세, 5차는 만 12세에 접종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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