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등산땐 녹색 선글라스 꼭 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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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장기 노출땐 백내장 위험… 갈색 렌즈 쓰면 시야 선명해져

봄철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에도 화상을 입힐 정도로 해롭다. 뜨거운 날 선크림을 생각하듯 선글라스를 수시로 착용하는 것이 자외선 차단에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
봄철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에도 화상을 입힐 정도로 해롭다. 뜨거운 날 선크림을 생각하듯 선글라스를 수시로 착용하는 것이 자외선 차단에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
중소기업 부장 김모 씨(51)는 2월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김 씨가 받은 진단은 백내장. 의사는 “평소 등산, 스키 등 야외활동을 좋아하면서도 선글라스나 고글을 쓰지 않은 게 원인”이라며 “앞으로는 건물 밖으로 나갈 땐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 씨는 “우리 정서상 매번 선글라스 끼는 걸 좋게 보지 않는다”며 “부하 직원들이 나이 먹고 멋 부린다고 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봄이 오면 겨울보다 햇빛이 훨씬 강해진다. 이때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우리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눈 점막도 일반 피부처럼 자외선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320∼4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대의 UV-A와 UV-B(280∼320nm), UV-C(100∼280nm)로 나뉜다. 파장이 가장 짧고 악성인 UV-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차단되지만 UV-B는 눈의 검은자 표면인 각막까지 도달하고, UV-A는 각막을 거쳐 수정체까지 침투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자외선에 눈이 갑자기 노출되면 통증, 눈부심, 심한 눈물 등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하지만 우리 눈은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만성 손상이 생기기 쉽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햇빛을 보며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시골 농부들에게서 잘 생기는 ‘익상편’이다. 결막(눈 흰자를 덮고 있는 점막)의 혈관과 조직이 각막 중심부까지 삼각형 모양으로 자라나는 이 질환은 심각한 시력 저하와 사시를 유발한다. 또 안구 안쪽을 덮고 있는 망막세포에 변형이 일어나 시력을 잃는 망막변성증이 생기기도 한다.

UV-A가 백내장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정체가 하얗게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노인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강 교수는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고 대기권 오존층 파괴 현상으로 자외선이 원인인 백내장 환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눈의 자외선 노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평소 선글라스 착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품질이 뛰어난 플라스틱으로 만든 선글라스는 자외선을 99.5% 이상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색 렌즈는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차단하고 시야를 선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녹색은 눈의 피로를 덜기 때문에 시내를 돌아다닐 때나 등산할 때 좋다.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렌즈색이 진할수록 차단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지나치게 어두운 렌즈는 오히려 동공을 확대시키고 이에 따라 수정체가 햇빛에 많이 노출돼 자외선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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