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성자가속기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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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료수술의 ‘만능 칼’ 활용
양성자빔 생체통과 길이 조절 가능… 방사광은 초미니세계 현미경 역할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양성자는 75m의 선형가속기를 통과하며 최대 100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얻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양성자는 75m의 선형가속기를 통과하며 최대 100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얻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뉴스에서 입자가속기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들을 수 있다. 입자가속기의 종류도 많지만 과연 어떤 분야에 어떻게 쓰일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입자가속기는 경북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와 경북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로, 이 중 올해 7월 22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경주 양성자가속기 현장을 최근 찾았다.

가동한 지 한 달이 좀 지난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특히 새로운 품종의 식물을 만드는 연구가 눈에 띈다.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으로 더 크고 아삭아삭한 배추나 무 품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김계령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연구원은 “양성자빔은 DNA 한 가닥을 끊으면 흡수되는 X선과 달리 이중나선을 동시에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이체를 만들 수 있다”며 “가속기를 이용한 식물 품종 개량은 2011년 기준으로 4390억 원 규모의 국내 종자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종자시장 경쟁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양성자가속기가 수소에서 전자를 제거해 만든 양성자를 가속시켜 만들어 내는 ‘양성자빔’ 덕분이다. 경주 양성자가속기에서는 최대 100MeV(메가전자볼트·1전자볼트는 1V로 양성자가 얻는 에너지)까지 양성자를 가속시킬 수 있다.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금속을 가열해 튀어나온 전자를 가속시켜 ‘빛’을 얻는다.

김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연구원은 “양성자가 볼링공이라면 전자는 탁구공”이라며 “같은 힘을 줄 때 양성자보다 가벼운 전자가 훨씬 멀리 나가기 때문에 양성자가속기는 방사광가속기보다 장치의 길이가 짧다”고 설명했다.

김귀영 연구원은 “1keV(킬로전자볼트)의 양성자빔으로도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조작이 가능하다”라며 “최대 100MeV의 양성자빔을 만드는 경주 양성자가속기에서는 ‘디그레이더’라는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에너지의 양성자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는 가속시키는 대상이 다른 만큼 쓰임새도 다르다.

아주 밝은 빛을 내는 방사광가속기는 세포같이 작은 세계를 관찰하는 ‘현미경’으로, 큰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빔은 물질의 구조나 성질을 조작하는 ‘수술용 칼’로 쓰인다. 즉, 방사광은 미시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규명하는 용도로, 양성자빔은 생명공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

김계령 연구원은 “양성자빔의 에너지를 조절하면 인체를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어 외과수술 없이 안구 뒤쪽에 생긴 종양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주=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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