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신문고]간호사도 아닌 일반인이 봉합수술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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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일부병원의 무자격 진료보조인력

《 “소도시 병원은 진료보조인력(PA)의 불법 의료행위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정부가 불법 의료행태를 좀더 철저히 조사했으면 좋겠다. 불법 행위를 마음 놓고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 달라.”<경북의 12년차 간호사 박가영(가명·33·여) 씨> 》

PA(Physician Assistan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의사의 책임 아래 일부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와 같은 진료보조인력을 뜻한다. 현행법상 수술, 약물 처방, 예진, 회진은 의사의 의료행위. 이는 간호사를 포함해 PA가 할 수 없다.

국내 여러 병원에선 PA를 두루 활용하지만 엄연하게 말하자면 불법이다.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통상적으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훈련시켜 PA로 쓰지만 응급구조사나 의료기사를 PA로 채용해 쓰는 곳도 많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시를 받고 일한다는 뜻에서 이런 인력을 ‘오더리(orderly)’ 또는 ‘테크니션(Technician)’이라고 부른다.

법적인 근거가 없다 보니 이들에 대한 관리는 체계적이지 않다. 일부 병원에서는 PA라는 이름 아래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아닌 무자격자가 간단한 교육만 받은 채 수술실에 들어가는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진다. 박 씨가 얼마 전 경북 소도시의 정형외과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격한 모습도 이랬다.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와 함께 수술에 참여했다. 건강신문고를 두드리기로 결심한 이유다.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자초지종은 이렇다. 60병상 규모인 이 병원에 정형외과 전문의는 원장 1명이다. 이 원장은 보통 수술실에 환자에 따라 1∼4명의 비(非)의료인과 들어간다. 이들의 이력은 제각각이다. 관광과를 나온 태권도 선수 또는 축구 선수 출신이 있다. 앰뷸런스 운전사를 하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일하는 인력도 있다.

현행법상 환자의 피부를 봉합하거나 처치를 하는 건 의사만 할 수 있다. 이 병원 원장은 핵심적인 수술만 본인이 하고 나머지를 모두 PA에게 시켰다. 대학병원이라면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전공의의 업무다.

박 씨는 수술하는 사람들이 영어로 된 의료용어도 제대로 못 읽는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제대로 된 의료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수술칼도 잡고 피부도 봉합했던 것이다. 이후 박 씨는 병원의 불법 행위를 신고하기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 직원은 “수술 현장을 촬영하든지 물증을 갖고 와라. 확실한 증거를 줘야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물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모든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달면 불법 의료행위 물증을 확보할 수 있고 의료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의 불법 행위를 해당 지역의 보건소가 조사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도시에서는 지역주민이 인맥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불법 의료행위는 다른 지역의 보건소나 제3의 기관이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고 박 씨는 덧붙였다. 또 신고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시스템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 보건복지부 답변

위 사례는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이며 강력한 단속대상이다.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 의료행위의 특성상 간호사 등 의료인의 내부고발이 필수다. 내부고발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된다. 불법 의료행위에 불가피하게 연루됐더라도 낮은 처벌을 받거나 면제될 수 있다. 지역 내 신고가 어려우면 복지부나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어디나 신고가 가능하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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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수술#무자격 진료보조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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