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기대 김철욱 교수 “쫄깃한 최고의 삼겹살 찾아라”

  • 동아일보

한국형 명품돈육 개발 박차

“우리나라 사람들은 구이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돼지 품종은 햄이나 살코기를 얻기 좋은 외국산을 육종한 거죠. 구웠을 때 우리 입에 ‘와,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한국형 명품 돼지고기’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선술집에서 이글거리는 불판 위에 삼겹살을 몇 점 올리고 동료들과 함께 기울이는 소주잔은 직장인들의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에 제격이다. 이때 구운 삼겹살의 맛은 고기 품질이 좌우한다. 붉은색을 띠면서, 구웠을 때 육즙이 적게 빠져나가는 것이 좋은 ‘돼지고기’다. 쫄깃한 식감은 필수다.

‘그런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경남 진주에 위치한 경남과학기술대 연구진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철욱 경남과기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사진)는 ‘한국 사람의 단백질 공급원은 돼지’란 신념으로 1991년부터 ‘양돈과학기술센터’를 만들어 돼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지방대란 약점 때문에 기자재와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양돈인 528명이 힘을 모은 덕분에 1996년에 전국에서 유일한 농림수산식품부 양돈 분야 특성화대학에 선정됐죠. 열정만 있으면 방법은 나오게 돼 있어요.”

2009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에 날개를 달았다. 매년 6억 원의 연구비 덕분에 연구교수를 7명으로 늘리고, 첨단 유전자분석 연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도 2008년 2건에서 2011년 24건으로 늘었다. 올해 9월 초에는 돼지 육질을 결정하는 유전체 표지 15개를 발견해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회지(PLoS ONE)에 싣기도 했다. 고급 육질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는 단일 염기서열 변이(nsSNP)를 찾아냄에 따라 육질 좋은 ‘한국형 종돈’을 만들 가능성도 제시한 것이다. 2010년 11월에는 한국형 ‘다산 버크셔’ 품종을 개발해 우리 입맛에 맞고 고기도 많이 나오도록 개선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새끼를 많이 낳고 질병에 강한 돼지 품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우리 입맛에도 맞고 건강에 좋으며 수출까지 가능한 돼지 품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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