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조용민 교수 이름 딴 ‘조-마이손 자기홀극’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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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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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간 발견되지 않고 있는 ‘미지입자’ 유럽물리학계 내년초 실마리 잡을 듯

‘신의 입자’ 힉스(Higgs) 다음으로 발견할 입자는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

올해 7월, 48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애타게 찾던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81년간 발견되지 않고 있는 미지의 입자인 자기홀극 찾기에 나섰다.

캐나다 독일 미국 등 10개국 18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MoEDAL)은 힉스 입자 발견의 일등공신인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새로운 검출기를 설치해 작년 1월 실험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르면 내년 초 자기홀극의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기홀극은 N극이나 S극 가운데 하나만 가진 입자로, 31세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천재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이 1931년 그 존재를 처음 예견했다. 디랙은 전자의 에너지가 특정한 값만 가질 수 있도록 양자화돼 있는 이유를 자기홀극으로 설명했다.

발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거론되는 자기홀극은 ‘조-마이손 자기홀극(Cho-Maison monopole)’이다. 여기서 ‘조’는 건국대 석학교수인 조용민 교수(사진)의 성을 딴 것이다. 한국 물리학자가 제안한 입자를 CERN 실험에서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교수는 디랙의 자기홀극과는 다른 종류를 제안했다. 그는 힉스 입자가 있는 표준모형에서 존재하는 자기홀극의 존재를 이론으로 만들었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때 친분을 쌓은 디터 마이손 박사와 함께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풀어 이를 입증했다. 조 교수는 1997년 ‘피직스 레터스 B’에 이 연구결과를 실으면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의 존재를 처음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물리학계는 표준모형에서 자기홀극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 교수의 관련 후속 논문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15년이 지난 올해 6월 CERN 연구진이 학술 워크숍을 연 자리에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의 발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조 교수의 이론은 드디어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됐다. 이번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제임스 핀폴드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는 11월 방한해 조 교수와 실험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올해 힉스 입자 발견으로 표준모형이 자연의 기본법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은 표준모형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기홀극일 뿐 아니라 발견될 경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입자를 찾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기홀극을 찾는 일은 힉스입자를 찾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2년 미국 스탠퍼드대 블라스 카브레라 교수가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자기홀극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재연 실험에 계속 실패해 결국 스스로 철회한 사건은 유명하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건국대#조용민 교수#자기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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