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시큰시큰 찌릿한 무릎 통증… 줄기세포로 연골 살린다

  • 동아일보

연세사랑병원

‘내가 늙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바로 무릎이 아플 때다. 좀 많이 걸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무릎이 시큰거린다. 약간 무리했나 싶은데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럴 때 서글픈 생각도 든다.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이 무릎연골이 손상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병원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연골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이 무릎연골이 손상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병원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연골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일반적으로 연골은 물렁뼈라 불린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건강한 연골은 매끈하고 단단하다. 나이가 들면서 연골은 정말로 물렁물렁해진다. 상처 입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탄성을 잃은 연골이 찢어지거나 일부분이 과도한 운동의 후유증으로 떨어져 나간다. 시큰거리고 콕콕 쑤시거나 찌릿한 통증도 생긴다. 무릎 뼈끼리 맞닿아 생기는 통증이다.

○ 연골이 물렁해지면서 통증 시작

인간이 노화하면 늙은 세포를 교체하지 못한다. 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조직도 더이상 복구되지 않는다. 나이가 먹을수록 찰과상도 잘 낫지 않는 게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골은 피가 통하지 않는 조직이어서 스스로 상처를 회복할 능력도 없다.

연세사랑병원 권오룡 원장은 “앉았다가 일어설 때, 또는 계단을 내려갈 때처럼 무릎이 하중을 받는 동작에서 특히 무릎통증이 심하다면 연골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골을 되살려 무릎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이 투입됐다. 본인의 무릎에서 연골 세포를 떼어내 몸 밖에서 배양시킨 후 다시 이식하는 ‘자가 연골세포 배양 이식술’이 개발됐다. 무릎 뼈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낸 뒤 그곳으로부터 흘러나온 골수를 연골로 재생시키려는 ‘미세천공술’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실제 연골 조직과 흡사하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인공 연골은 자연 연골이 아니다. 당연히 정상 연골에 비해 내구성이나 강도가 6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재생시킬 수 있는 범위도 그렇게 넓지 않았다. 이런 연골재생 시술이 가능한 면적은 1∼4cm² 정도다. 결국 연골이 많이 닳아 없어진 고령 환자는 인공 연골을 넣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 줄기세포 이용한 치료 각광


이 병원의 고용곤 원장은 “기존의 연골재생 시술과 달리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시술은 실제 연골의 강도와 내구성을 얻을 수 있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골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는 두 가지다. 다른 사람의 탯줄 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하나고,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또 다른 하나다. 앞의 방법을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 뒤쪽의 방법을 ‘자가골수줄기세포 치료’라 부른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청 품목 허가를 받아 출시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는 연골 손상 범위가 2∼9cm²일 때 적용이 가능하다. 1000원짜리 지폐의 절반 정도 크기까지 시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사 약물 형태로 돼 있다.

연골 손상 환자와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환자를 마취한 후 문제가 있는 부위 관절 연골 부위에 일정 간격으로 미세한 구멍을 낸다. 이곳에 혼합된 치료제를 채운다. 시술 시간은 30∼60분. 3일 정도 입원기간이 필요하다.

○ 자가골수줄기세포는 작은 부위에 적용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은 아니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외상 등으로 연골이 손상된 경우 줄기세포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가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목적이 크다.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인증된 ‘자가골수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15세 이상 50세 이하의 비교적 젊은 환자들이 대상이다. 연골손상의 크기가 2cm²에서 최대 10cm²를 넘지 않은 비교적 작은 부위에 효과가 높다.

먼저 환자의 엉덩이뼈나 다른 부위에서 자가 골수를 채취한다. 그 다음 특수 키트를 이용해 골수혈액을 농축·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 성장인자, 단핵세포를 수집한다. 이를 연골이 상한 부위에 주입해주면 치료가 끝난다. 관절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무릎 연골 부위에 직접 주입하거나, 연골 손상 범위가 2cm² 이하로 비교적 작을 경우에는 주사로 시술할 수도 있다.

고 원장은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실시한 안전성, 유효성 평가결과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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