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울창했던 북한산 푸른 숲 ‘나무에이즈’로 죽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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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숲 서식 나무 절반 가까이가…“에이즈 걸렸다”

나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무 에이즈’로 통하는 참나무시듦병의 원인 곰팡이를 몸에 달고 다니는 광릉긴나무좀이 나무를 파고 들어간 모습. 나무 곳곳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뿌리 쪽에는 나무 가루가 쌓여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나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무 에이즈’로 통하는 참나무시듦병의 원인 곰팡이를 몸에 달고 다니는 광릉긴나무좀이 나무를 파고 들어간 모습. 나무 곳곳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뿌리 쪽에는 나무 가루가 쌓여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북한산에 서식하는 나무 열 그루 중 네 그루는 ‘나무 에이즈’로 통하는 ‘참나무시듦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공원 내에서 대규모 나무전염병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북한산(총면적 78.54km²·약 2375만8350평)에서 자라고 있는 참나무류 270만여 그루 가운데 58.5%인 158만여 그루가 이 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북한산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가 385만여 그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41%가 참나무시듦병에 걸린 셈이다.

공단에 따르면 이번에 대규모로 걸린 참나무시듦병은 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가 감염되는 신종 나무전염병이다. 곰팡이 종류인 라펠리아균이 광릉긴나무좀이란 곤충을 매개로 병을 확산시킨다. 이 균을 가진 광릉긴나무좀이 살아있는 나무를 뚫고 들어가면 곰팡이가 증식해 나무 도관(導管)을 막는다. 이로 인해 뿌리에서 올라오는 수분과 양분의 이동이 차단된다. 감염된 나무는 점차 빨갛게 말라 죽는다. 병세가 심해지면 나무를 베어버리는 방법 외에는 치료법이 없어 ‘나무 에이즈’라고 불린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공단 측은 “전염병이 북한산 전역에 확산됐지만 특히 심한 곳은 북한산 동남쪽인 도봉, 우이능선, 수유, 의정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봄철을 앞두고 정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병으로 말라죽은 나무들은 봄이 와도 새순이 나지 않거나 붉게 말라붙어 있어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는 북한산이 푸른색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나무를 베어낼 경우 자칫 한 해 1000만 명이 등반하는 북한산국립공원의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4월까지 적절한 방제 대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참나무시듦병이 북한산 내 참나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라펠리아균을 옮기는 광릉긴나무좀은 나무 속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나무조직에서 배양된 곰팡이를 먹고 자라 5월이면 성충이 된다. 이후 공중을 날아다니며 참나무시듦병을 더욱 확산시킨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정광수 이사장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생태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방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4월 안에 방제 조치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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