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한 슈밋 교수 “정부 차원의 천문학 장기지원 덕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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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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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속팽창설 증명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밋 교수는 “지금이 우주 생성 초기를 연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초대형 망원경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식의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멜버른=이영혜 채널A 기자 yhlee@donga.com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밋 교수는 “지금이 우주 생성 초기를 연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초대형 망원경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식의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멜버른=이영혜 채널A 기자 yhlee@donga.com
“노벨상 수상자는 크게 두 부류죠. 아인슈타인 같은 진짜 천재, 그리고 저처럼 시대를 잘 만난 사람.”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우주가속팽창 가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솔 펄머터 박사, 애덤 리스 교수와 공동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밋 호주 국립대 교수는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e메일 저장 공간이 꽉 차 새로운 메일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슈밋 교수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11일 호주 멜버른 스윈번대에서 만났다.

슈밋 교수는 우주가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해 노벨상을 거머쥐게 됐다. 이는 우주의 등대라고 불리는 초신성의 밝기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한 덕분이다.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저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확신했습니다. 호주 정부가 지난 50년간 천문학을 꾸준히 지원한 덕분에 갖춘 데이터죠.”

호주는 최근 전파망원경 3000대를 연결해 거대한 우주 관측망을 구축하는 스카(SKA·Square Kilometer Array) 망원경 국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카 프로젝트는 그동안 관측하지 못해 ‘우주 연구의 암흑기’라고 하는 137억 년 전 은하와 별의 탄생 시기를 포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이 우주 생성 초기를 연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 먼 우주는 더 빨리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같이 초대형 망원경 시스템이 구축되는 시기에 천문학자라는 것이 행복합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을 찾는 데 예전에는 2년이 걸렸다면 요즘은 일주일이면 찾을 수 있어요. 곧 지식의 빅뱅이 일어날 겁니다.”

슈밋 교수는 과학자의 최고 영예라는 노벨상을 수상한 뒤에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우주의 가속 팽창 속도는 얼마인지, 먼 미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인지와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 에너지의 정체도 밝히고 싶어한다.

이런 그의 꿈을 아는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들은 공동연구와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제안들을 고사하고 당분간 현재 재직 중인 호주국립대에 머무를 예정이다. 연구 장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 옆에서 그가 직접 운영하는 와인 양조장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다. 슈밋 교수에게 양조장 운영은 단순히 연구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가 아닌 ‘제2의 직업’이다.

“포도밭에서 가족들과 함께 포도를 따는 시간에는 초신성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아요. ‘슈밋표 빈티지 2011’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뿐이죠. 연구실 생활이 중요하듯 연구실 밖의 삶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삶의 균형이 제가 오랫동안 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슈밋 교수는 노벨상을 꿈꾸는 한국의 과학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를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옵니다. 이때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계획이 실패했을 땐 항상 ‘대안’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20여 년간 한 우물만 팠다는 그는 10일 오후(현지 시간) 드디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멜버른=이영혜 채널A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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