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Life]생활에서 찾은 생활을 위한 기술… 똑똑한 미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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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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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기술의 산실 IBM 왓슨 연구소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20세기가 기계가 육체를 대신해 주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기계가 정신을 대신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지난 세기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의 고된 가사는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진공청소기가 대신하기 시작했고 농사도 기계가 지었으며, 공장을 돌리는 데는 기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21세기 우리는 생각의 상당부분까지 기계에 맡기고 있다.

똑똑한 비서를 대신해주는 스마트폰은 어느새 대중화됐고, 최근에는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주는 스마트 교통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위험을 미리 예상해주는 스마트 폐쇄회로(CC)TV, 사람은 도저히 볼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를 모두 읽어들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는 ‘스트리밍 컴퓨팅’ 등의 신기술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찾은 미국 뉴욕 주 호손의 IBM 왓슨연구소는 이런 ‘가까운 미래’의 기술들을 만들고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다. 이곳은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블루진’을 개발하고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낳은 곳으로 유명하다. 연구소 입구에는 2009년에 이 연구소가 등록한 4914건의 특허 목록이 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최근 이곳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기술이 바로 ‘더 똑똑한 세상(Smarter Planet)’을 만들기 위한 ‘스마트 기술’들이었다.》

사람의 습관을 파악하다


긴 강당처럼 늘어선 산업솔루션센터(ISL)의 ‘데모룸’에는 IBM이 최근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생체인식 기술.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처럼 사람의 몸에 새겨진 개인별로 독특한 특징을 사용해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IBM이 만드는 ‘스마트 생체인식’ 기술은 좀 달랐다. 이들은 지문과 홍채 같은 기술적으로 복제가능한 인간의 특징보다 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인식 대상으로 삼았다. 바로 사람의 습관이었다.

예를 들어 IBM은 서명을 통해 개인 확인을 하고 중요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그런데 이 서명은 완성된 서명의 필체를 보고 인식하는 게 아니다. 서명을 할 때 손에 압력을 얼마나 주는지, 펜을 어떤 빠르기로 사용하는지, 특정 글자를 쓸 때 어떤 속도로 펜 끝을 회전시키는지 등을 감지한다. 안내를 맡았던 왓슨연구소의 레이몬드 히트니 박사는 종이 위에 자신의 서명을 하고 나서 기자에게 “똑같이 따라서 써보라”고 했다. 기자가 히트니 박사의 서명을 똑같이 ‘그렸다’고 생각한 순간 컴퓨터는 “본인일 확률이 3.7%에 불과해 접근이 거절됐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반면 히트니 박사가 다른 서명처럼 보일 정도로 자신의 서명을 대충했는데도 컴퓨터는 “본인일 확률이 99.4%”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알아봤다.

이들은 CCTV의 작동방식도 바꿔놓았다. 예전 CCTV는 특정 장소를 촬영만 했고 이상한 움직임은 사람이 육안으로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IBM이 만들고 있는 ‘스마트 CCTV’는 ‘어두운 곳에서 남자 5명이 움직이지 않고 모여서 어슬렁거리는 상황’이라거나 ‘지하철 역사에서 한 승객이 가방만 놓아두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상황’을 영상을 분석해 찾아냈다. 일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고 사람은 최종 판단만 내릴 수 있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인천 송도 신도시에 시범 적용돼 있다.

연구실이 손톱 위에

상황을 인식하는 종합적인 능력은 더 거대한 시스템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중국 베이징(北京) 시는 IBM의 ‘스마트 교통시스템’을 부분 적용했다. 도로에 설치한 CCTV로 교통량을 수집한 뒤 과거의 차량 통행 통계를 바탕으로 5분 뒤, 15분 뒤, 30분 뒤의 교통 정체를 예측해 운전자를 우회도로로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교통량을 분산시키면 도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라는 기술도 눈에 띄었다. 연구실의 기능을 조그만 반도체 칩 하나로 대신하는 기술이었다. 새끼손가락 크기의 얇은 판에 반도체 칩이 들어있는데 손끝에서 약간의 피를 내 이 위에 떨어뜨리면 이 피가 아주 가는 모세관을 타고 칩 속으로 스며든다. 이 스며드는 힘은 적은 양의 전기를 발전해 칩을 작동시키고, 칩은 신종플루부터 유방암, 심장병까지 다양한 질병을 수분 내로 진단해준다. 똑같은 일을 병원에서 하려면 여러 시간의 건강검진과 다양한 검사가 필요한 일이다.

사람의 손으로 하면 흘려보내기 마련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미숙아를 돌볼 때 간호사가 30분에 한 번씩 이 아동의 상태를 체크해 이상 유무를 살폈다. 달리 말하면 30분 동안의 아기 상태는 관찰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간호사가 살펴볼 수 있는 아이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이터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1만분의 1 정도로 낮은 확률의 위험을 발견하는데에나 사용되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데이터들을 종종 무시해 왔다. 하지만 IBM은 ‘스트림 컴퓨팅’이란 기술을 이용해 간호사가 적지 않는 30분 동안의 모든 데이터와 사람의 손으로는 무시하게 마련인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정상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생기면 곧바로 위험 신호를 보내 미숙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캐나다 토론토의 유아전문병원에 도입됐다.

스마트 라이프 기술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술들도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IBM의 증강현실 기술은 특수 카메라 앞에 서서 립스틱을 집어 드는 것만으로도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얼굴에 해당 립스틱이 칠해진 모습을 모니터로 보여줬다. 립스틱과 각종 화장품은 물론 앞으로 옷처럼 복잡한 영상이 필요한 제품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는 게 IBM 측의 설명이다.

또 3차원 위치확인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전자태그(RFID)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 신분증 또는 방문증에 RFID를 넣으면 건물 내에서 해당 인물이 어디 있는지 층과 위치가 정확하게 나오는 기술이었다. 오차는 1m도 되지 않았다. 히트니 박사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화재가 난 건물에 진입하는 소방관이나 구조대의 위치를 아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호손(미국)=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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