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해 아라온호 과학자들이 얻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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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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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조류 양-종류, 이론과 큰 차이”

아라온호에서 내린 과학자들이 해빙을 뚫고 얼음 아래쪽에 사는 미생물을 채취하고 있다.쇄빙연구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아라온호에서 내린 과학자들이 해빙을 뚫고 얼음 아래쪽에 사는 미생물을 채취하고 있다.쇄빙연구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첫 북극항해라 녹록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얼음이 천천히 녹아 애초 목표였던 북위 81도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한국의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20일 동안 북극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항공편으로 17일 귀국했다. 이들을 이끌고 얼음 바다를 누빈 극지연구소 정경호 북극해연구항해 수석연구원은 “실제로 접해본 북극해 환경은 이론으로 알던 것과 많이 달랐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위 81도의 북극해는 지구온난화를 점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북극해의 얼음은 계절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여름철 얼음이 녹더라도 북위 81도 북쪽으로 작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북위 81∼82도 해역에서는 오랜 기간 녹지 않고 거대해진 해빙(海氷)이 갈라지는 현상이 목격되면 북극해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심할 수 있다.

아라온호는 이를 관측하기 위해 북위 81도 해역에 접근하려 했지만 북극해의 두꺼운 얼음이 채 녹지 않아 북위 78도 해역까지만 갔다. 정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의 해빙 자료와 올해의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일정을 짰는데 북극해의 얼음이 예상보다 2주 정도 늦게 녹았다”며 “이 원인을 밝히면 좋은 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지 바다의 생태계도 아라온호의 과학자를 난처하게 했다. 아라온호의 목표 중에는 해빙이 있는 해역에서 사는 미세조류를 채취하고 분석하는 연구도 있었다. 이를 위해 아라온호의 생물학자들은 커다란 해빙에 내려 얼음에 구멍을 뚫고 아래쪽 바다에 사는 미세조류를 채취했다.

극지연 극지기후연구부 김영남 연구원이 소속된 연구팀은 최대 4m 깊이의 얼음을 긴 원통 모양으로 채취했다. 연구팀은 바다와 맞닿은 얼음 끝에 잔뜩 붙어 있는 녹색 미세조류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곳은 예상보다 깨끗했다. 김 연구원은 “얼음과 맞닿아 있어도 환경에 따라 미세조류의 양과 종류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처음으로 북극해의 해빙 위에 직접 올라가 구멍을 뚫고 얼음과 생물을 채취했는데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비록 얼음에 많은 양의 미세조류가 붙어 있지 않았지만 연구팀이 채집한 얼음은 극지생물의 특성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와 닿지 않은 얼음 안쪽에서 식물 플랑크톤으로 보이는 갈색 조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얼음 속에 언 상태로 겨울을 난 뒤 얼음이 녹으면 다시 살아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얼음 시료는 아라온호에 실려 한국으로 오고 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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