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300만 시대]24시간 함께하는 ‘손 안의 PC’ 스마트폰, 일상을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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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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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가족과는 단절됐다

스마트폰 300만 시대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또는 출퇴근길에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통에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스마트폰의 등장을 인터넷의 출현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화기는 가장 개인화된 기기이기 때문에 PC를 통한 인터넷의 출현보다는 훨씬 높은 강도로 일상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PC는 끄면 그만이지만 스마트폰은 항상 들고 다니며 계속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 세상과는 연결되고 주변과는 단절

회사원 안정호 씨(34)는 최근 스마트폰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달 초 출근길에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걸었다. 지하철 안에선 물론이고 역에서 내려 이동하는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20여 통의 e메일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걸었다. 중간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켜 주요 뉴스도 봤다. 그러다가 안 씨는 요란스러운 경적음과 강렬한 타이어 마찰음에 화들짝 놀랐다. 빨간불이 켜져 기다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홀로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있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에 정신을 뺏겨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걸었던 것이다. 최근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2008년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죽거나 부상한 미국인은 1000명에 이른다. 전화를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면서 앞을 보고 걷는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스마트폰은 보면서 걷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커진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세상과 연결돼 있는 느낌을 갖지만 정작 주변과는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S를 구입한 회사원 김모 씨(37)는 집에서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스마트폰을 산 지 3일 만에 부부싸움을 했다. 김 씨는 “페이스북 앱 등을 실행해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하면 친구들과는 연결이 되지만 주변에 있는 가족과는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학과 이기홍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다지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이 일종의 굴레가 됐다는 설명이다.

○ ‘실시간’의 압박

회사원 김지원 씨(29·여)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 궁금한 걸 검색해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셉션’을 봤을 때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인셉션 결말’을 키워드로 입력한 뒤 누리꾼들이 정리한 결론에 대한 모든 설을 찾아봤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도 뭐라고 나름의 얘기를 했지만 검색 중이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며 한창 토론을 벌였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것이 ‘실시간’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은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답글을 다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다. 궁금한 건 검색을 통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또 현재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LBS)들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기 힘들게 만든다.

이렇듯 많은 일을 실시간으로 하게 되면서 심사숙고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많다. 또 작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말 중요한 일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 민병원 교수는 “깊이 생각해 충분히 의논하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여론이 쉽게 한쪽으로 쏠리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선동에 이끌리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 지나가는 열풍?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보고서가 쏟아졌다. 하지만 국내에 스마트폰 열풍이 들이닥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스마트폰 도입 초기 단계여서 한국인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얼마나 의존하고 있고, 스마트폰이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다. 하루에 얼마나 이용하고 어디서 주로 이용하는지 등을 조사한 자료만 있을 뿐이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에 관한 심리적인 연구는 거의 없지만 휴대전화는 자기와 동일시할 정도로 심리적 애착이 많이 가는 기기여서 PC보다는 심리적인 의존도가 높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스마트폰 관련 이슈들이 계속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구입 초기에 여러 앱을 다운 받고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느라 일시적으로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연세대 정보사회연구센터소장 조화순 교수는 “스마트폰은 인터넷으로 인한 부작용을 확산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인의 사용 행태를 분석해 어떻게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하반기에 스마트폰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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