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눈에 기회가 보이는데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대기업(LG)을 뛰쳐나왔죠.”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45·사진)는 국내 벤처업계 1세대로 불린다. 회원이 2500만 명인 싸이월드의 공동 창업자다. 이 대표는 요즘을 과거 ‘정보기술(IT) 붐’과 견줄 만한 격변의 시기라고 말한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인터넷기업이 몰려오고, 휴대전화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존 질서를 바꿀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창업환경은 척박하다.
“그때는 정부가 많이 지원해 줬죠. 창업투자도 많았으니 뭐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었죠.” 사실 싸이월드도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자신은 500만 원만 들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서비스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드물다.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정부 지원도 줄었다.
이 대표는 “아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은 많다. 다만 투자가 없고, 미국처럼 인수합병(M&A)도 활발하지 않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 등에 인수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창업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야후가 직원 20여 명의, 창업한 지 1년 된 위치기반 서비스업체 ‘포스퀘어’를 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투자금을 뽑아낼 방법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벤처에 뛰어들기가 쉽다.
이 대표는 2003년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면서 SK커뮤니케이션즈 상무로 있다 2005년부터는 일본싸이월드 대표이사로 일했다. 2008년 초 사표를 내고 장소에 대해 친구들과 모바일,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위치기반 서비스 ‘런파이프’를 내놓았다. 또다시 벤처에 뛰어든 셈이다.
이 대표는 “정부도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시장을 보호하며 NHN처럼 규모 있는 기업을 키워야 하는 반면, 동시에 자유경쟁의 판을 깔아줘야 혁신이 나온다”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뛰어놀 자리를 만들어야 한국에서도 세계를 제패할 ‘제2의 페이스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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