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성형수술의 세계]<①얼굴>눈-코-입 일그러진 고통, 초기 대응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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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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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얼굴 화상을 입은 환자의 눈꺼풀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얼굴 화상의 흉터는 외부로 노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상처도 적지 않다. 사진 제공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의료진이 얼굴 화상을 입은 환자의 눈꺼풀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얼굴 화상의 흉터는 외부로 노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상처도 적지 않다. 사진 제공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화상은 일반 외상과는 달리 치료 뒤에도 신체적, 미용적으로 여러 문제를 남긴다. 사회생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상성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과 함께 3회에 걸쳐 화상 부위별 성형에 대해 알아본다.》
최모 씨(33·여·경남 진해)는 1999년 9월 회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얼굴과 가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생사를 오가면서 뼈를 깎는 것보다 더 아픈 치료를 견뎌냈지만 화상 부위가 아물면서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하나둘 드러났다.
눈꺼풀이 뒤집어져 눈이 감기지 않는 안검외반증으로 불면증에 걸렸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쓰라렸다.
입술이 쪼그라들어서 벌어지지 않는 소구증으로 음식물을 입에 넣을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식사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콧방울이 무너지면서 콧구멍을 막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은 괴물을 보듯이 최 씨를 피해서 달아났다.
10년에 걸쳐 10여 차례의 수술을 거듭하며 최 씨의 눈 코 입은 점점 제 기능을 회복하고 흉터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과거의 얼굴을 되찾으려고 하는 동안 최 씨는 경제적 부담과 이웃의 불편한 시선으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다.
시력장애, 호흡-식사 곤란
심각한 합병증 동반 문제

인공진피-피부확장-이식 등
기능회복 수술후 미용수술



○ 환자의 삶의 질 현저히 떨어뜨려

전체 화상 부위 중에 손 부위 화상이 35%로 가장 많고 얼굴 화상은 약 25%를 차지한다. 얼굴 화상은 그 어떤 부위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우선 화상 흉터의 통증, 가려움증 등은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된 증상이다. 안검외반증은 안구건조증,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턱과 목 주위 화상은 목 움직임을 어렵게 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입 주위의 심한 화상은 음식물 섭취가 힘들 정도로 입이 작아지고 음식물을 흘리는 증상을 일으킨다.

심리적인 문제는 화상 환자에게 흔하게 일어난다. 불안장애,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생긴다. 얼굴 화상 환자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 분노, 슬픔 등을 나타내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얼굴을 감추고 싶어 외부 출입을 극도로 피한다. 이처럼 화상으로 인한 얼굴 흉터는 환자에게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주고 사회 복귀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 최신 화상 성형

화상 성형 수술은 화상 환자들이 육체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다. 대개는 기능 회복 성형을 먼저 한 뒤 점차 미용적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은 화상이 생긴 지 6∼12개월이 지나서 시작한다. 제거해야 할 흉터 조직을 가능한 한 줄이고 피부를 이식할 면적과 양을 줄여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검외반증과 같이 시력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경우 일찍 수술한다. 폭이나 크기가 작은 선 모양의 화상 흉터는 반흔성형술로 제거한다. 흉터 조직 자체를 깨끗이 들어낸 뒤 바늘 자국을 남기지 않는 실을 사용해 미세한 수술 자국만 남기는 흉터 제거술이다. 최신 레이저를 이용해 좀 더 가는 선 모양의 흉터만 남기게 하는 특수 치료법도 있다.

흉터가 넓은 부위엔 피부 상태와 흉터의 특징에 따라 주변 피부와 혈관 조직의 자리를 옮겨서 붙이는 국소피판술을 시행한다. 자신의 피부 조직으로 충당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의 진피층을 이용해 만든 인공진피를 함께 사용한다. 이보다 더 큰 흉터에는 조직확장기를 이용하여 건강한 주변 피부 조직을 수개월간 잡아 늘임으로써 흉터 조직을 제거하고 덮는 성형술을 쓴다. 피부 표면에 박피술을 실시한 후 아주 얇은 부분층 피부이식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 안면 화상 환자들의 주의사항

얼굴 화상의 특징은 얼굴이 외부로 노출돼 혈액순환이 좋아 다른 곳보단 회복이 잘된다. 하지만 화상 부위에 검은 색소가 침착하고 얼룩덜룩하게 탈색이 나타나므로 치료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얼굴 치료 후 붉은색이 남아있는 3개월 동안은 외출 시 자외선 차단 크림과 피부 상태를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영철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장은 “얼굴 화상은 초기 처치가 향후 치료 결과와 장애의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화상을 입은 즉시 눈, 코, 입, 귀 등 외모와 기능이 중요한 부위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부 이식, 상처 치료 전문의를 갖춘 화상치료센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얼굴화상 환자들 대부분 보험 안돼 성형 포기”▼

장영철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교수

“얼굴화상 환자들이 비현실적인 장애인 진단 기준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화상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장영철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교수(사진)는 “얼굴화상 장애인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6% 선인 1200여 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환자는 얼굴성형에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성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안면장애 등급을 받으려면 얼굴 부위 60% 이상이 변형됐거나 코의 3분의 2가 없어야 한다”며 “이 기준에 못 미치지만 누가 봐도 얼굴에 심각한 화상 흉터를 갖고 있는 환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에는 약간의 기형이나 추형도 심각한 문제가 되는 현실을 무시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얼굴화상 환자들은 치료 과정도 쉽지 않지만 흉터와 굳은살로 인해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병원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화상 환자들을 우리와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도 문제”라며 “특히 화상 환자는 일상생활과 사회 복귀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므로 정신과의 도움과 복지 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치료인력이 부족해 이들의 양성과 지원이 절실하다.

화상성형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의 경우 한강성심병원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얼굴장애 교정수술은 수술 기술을 습득하려면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당장 젊은 후학들이 화상치료나 안면부 재건 등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매진할 여건을 조성하는 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장 교수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일반 미용성형이 만연하는 풍토 속에서 얼굴 변형의 심각성과 재건성형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미용성형과 재건의 차이를 인지하고 재건성형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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