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구균 질환 백신 맞으면 90%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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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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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세계 160만명 사망… 절반이 5세 미만 영-유아

17일 국제 폐구균 관련 심포지엄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폐구균 백신인 ‘프리베나13’의 특징과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텔아비브=이진한 기자
17일 국제 폐구균 관련 심포지엄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폐구균 백신인 ‘프리베나13’의 특징과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텔아비브=이진한 기자
■ 이스라엘서 국제 심포지엄

“폐렴 예방을 위해선 백신을 꼭 맞아야 합니다.”

14일부터 5일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7회 국제 폐구균 및 폐구균 질환 심포지엄에선 곧 출시될 폐구균 질환 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다수 제시됐다. 최신 백신은 폐구균성 질환을 90%까지 예방하거나 중이염 같은 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폐구균 질환은 폐렴 연쇄구균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다.

이번 학회를 주최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라크 의대 소아과 론 다간 교수는 “폐구균은 폐렴, 패혈증, 급성중이염, 수막염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폐구균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얼마나 위험한가

매년 폐구균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16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 존엄사 할머니로 알려진 김옥경 씨,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씨가 모두 폐렴이 주 원인으로 사망했다.

사망자의 절반은 면역에 취약한 5세 미만의 영·유아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 폐구균으로 뇌수막염에 걸렸을 경우 사망률이 12%에 이른다.

10~13가지 균 예방 백신 5월 속속 출시
접종땐 독감 바이러스 폐렴 막는 효과도


○ 폐구균은 침투 부위에 따라 증세 다양

폐구균은 주로 기관지 등에서 자란다. 폐구균은 종류만 9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 사람들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종류로는 4, 6B, 9V, 14, 18C, 19F, 23F 등이 있다. 이들 균은 사람의 면역력이 취약해지면 호흡기관을 통해 들어와 우리 몸 곳곳을 침범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액에서 일으키는 패혈증, 척수나 뇌를 감싸고 있는 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수막염, 폐렴 등이다. 이 균이 코와 목 등에 퍼지면 급성 중이염도 일으킨다. 대부분 폐구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된다. 증상은 발열이며 몸 어디에 열이 나느냐에 따라 추가 증세를 보인다. 폐구균성 수막염인 경우엔 두통, 구토, 졸음, 발작, 목경직이 생긴다. 중이염의 경우에도 귀 통증,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소아가 폐렴에 걸린 것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며 “열이 떨어졌는데도 보채고 처지거나 숨이 가빠지면 폐렴을 의심하고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에 걸리면 병원에 입원해서 항생제 치료를 1∼3주 받아야 한다.

○ 최신 백신 쏟아진다

폐구균
폐렴에 걸리면 환자와 가족 모두 힘들기 때문에 폐렴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 백신을 맞는 것이 가장 좋다.

기존 폐렴구균 백신을 좀 더 업그레이드한 백신이 5월에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화이자의 ‘프리베나13’, GSK의 ‘신플로릭스’ 등이 대표적 백신. 프리베나13은 13가지 폐구균을 예방한다는 뜻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신플로릭스는 총 10가지 폐구균을 예방한다. 국내에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이들 백신 중 효과 면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프리베나13은 가장 폭넓은 폐구균혈청형을 포함하는 백신으로 폐렴, 수막염 등 심각한 폐구균성 질환을 90%까지 예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플로릭스는 상대적으로 폐구균 커버리지는 떨어지지만 비피막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으로 생길 수 있는 중이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내세웠다. 또 이번 심포지엄에선 프리베나7 접종을 한 경우 독감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폐렴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프리베나7 접종으로 독감바이러스로 생긴 폐렴이 45%나 줄었다는 것.

프리베나7 백신은 주 대상이 5세 미만의 유아. 2, 4, 6, 12개월 4회에 걸쳐 접종하며 비용은 1회 10만 원이다. 기존의 프리베나7 백신을 4차례 접종한 5세 미만 유아는 곧 출시될 프리베나13을 한 번 더 맞도록 권하고 있다.

이 교수는 “폐구균 백신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필수 접종으로 돼 있어 환자의 부담도 작다”면서 “국내에서만 선택 접종이어서 환자의 부담이 큰 만큼 필수 접종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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