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 국립서울병원, 혐오시설 이미지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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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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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서 종합 의료타운으로

“이제 중곡동 하면 ‘정신병원이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습니다.”(주민)

“새롭게 생기는 ‘중곡동 종합의료복합단지’는 다릅니다. 현대적인 지역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정부)

지난 16년 동안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역주민 간에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국립서울병원 문제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국립서울병원관련 갈등조정위원회’는 주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내년 1월 말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번 달에 3차례 주민대상 공개설명회도 열었다.

1962년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설립된 국립서울병원은 환자 9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병원이다. 이 지역은 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변두리여서 정신병원이 생기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도시가 개발되고 인근 지역에 중학교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정신병원을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됐다. 이 지역에 정신과 의원들이 속속 생기면서 ‘광진구 바깥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 요청이 많아졌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정신병원 입원 환자가 환자복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역 이미지상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국립서울병원은 현재 위치에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개축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제대로 연구 기능을 갖추려면 현대화된 시설이 필요한데 국립서울병원은 개원 50년이 돼가면서 시설이 낡았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환자가 줄어 병동 위주로 짜인 건물 구조는 사용하기 불편했다.

지역 주민과 병원의 의견이 대립하자 2월 국무총리실 관장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의한 규정’에 따라 복지부와 광진구는 ‘국립서울병원관련 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매우 강한 만큼 서울 마곡지역, 경기 광교, 성남에서 유치설명회도 해봤지만 유치를 환영하는 곳은 없었다. 포천시는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갈등조정위원회는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전지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광진구 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도 했지만 ‘우리 동네에만은 못 들어온다’는 반대에 부닥쳤다.

갈등조정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은 ‘중곡동 종합의료복합단지’다. 환자가 줄어든 만큼 병상은 기존 96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대폭 축소하고, 스트레스 우울증 등 현대인의 정신건강문제를 아우르는 정신특화연구센터를 만들겠다는 것. 노인성질환 치료시설과 지역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도 들어선다. 또 22층짜리 의료행정타운과 의료바이오 비즈니스센터 2개 동을 지어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을 유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용적률 제한을 풀어줄 계획이다.

이강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갈등해소센터 소장은 “혐오기피시설 문제를 해결할 때 지금까지는 주민에게 단발적인 금전보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례가 잘 풀린다면 정부와 지역주민이 대화로 지역공동발전 방안을 만든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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