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바다위서 하역…KAIST 모바일하버 시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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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치는 환경을 축소판으로 조성해 놓은 수조안.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파도로 인해 모바일하버와 컨테이너 선박은 비교적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화물을 집어 올리는 '스프레더(spreader)'는 오차 없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수행했다.

15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KAIST 기계공작실에서 열린 'KAIST 모바일하버(움직이는 항구) 사업 공개시연회'. 조마조마하면서 하역 작업을 지켜보던 초청객들은 "와~"하는 탄성을 일제히 터뜨렸다.

KAIST는 이날 '온라인전기자동차'와 함께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모바일하버 사업의 중간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육상에서 실시된 8월의 1차 시연회에서 "12월에는 실제와 같이 수조안에서 시연회를 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최근 KAIST의 모바일하버 사업의 가능성과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 제기한 의문을 해소하는 의미도 있었다.

KAIST는 이번 시연을 위해 실제 조건과 같은 환경을 구현했다.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선박, 모바일하버, 수조(가로 10m, 세로 15m, 깊이 2m)의 환경을 모두 25분의 1 규모로 만들었다. 인위적으로 2~3m 높이 파도를 만들어 실제 바다의 환경과 다르지 않도록 했다.

시연이 시작되자 우선 모바일하버가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선에 접근한 뒤 로봇 팔을 이용해 밀착 도킹했다. 이는 '로봇 팔 접안기술'로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이 이미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모바일하버의 하역장치인 크레인과 물건(컨테이너)를 집는 스프레더는 모두 흔들리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고안됐다. 마치 사람이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물건을 집을 때처럼 적절한 힘의 분배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정확하게 옮겨 나갔다. 컨테이너를 목표로 한 위치에 정확하게 하역하지 못한 경우 근접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제 위치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KAIST는 이번 시연회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모바일하버의 원천기술을 검증하는 한편 기술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실용화를 위해 한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장은 "2~3m 높이의 파도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도 모바일하버가 컨테이너 화물선에 접선해 안정적으로 하역작업을 해 낼 수 있음을 이번 시연회를 통해 확실히 증명해 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정한 상태를 안정화된 평형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크레인 장치인 '제로 모멘트 안정화 크레인'(Zero Moment Stabilized Crane)으로 시간당 30개씩 하역작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AIST는 7월 푸에르토리코의 최대 무역항인 폰세(Ponce)항의 항만운영사로부터 모바일하버 구매의향서를 접수하는 성과를 올렸고 9월에는 기계부품 업체인 현대위아, 해양 플랜트 전문회사인 대우조선해양과 각각 75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약정서와 투자의향서를 맺은 바 있다.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모바일하버의 성공 여부는 기술과 사업성 두 가지에 달려 있다"며 "구매의향서 접수와 투자 의향서 체결은 모바일하버에 대해 사업성을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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