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갱년기, 그저 참고 견딘다? 오래 끌면 자칫 또 다른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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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적극 대처 안하면 뼈엉성증 뇌중풍 노인성 치매 등 이어질수도
유산소운동·식이요법·호르몬요법 등 병행, 생활습관 바꿔야


사진 제공 동국제약

《폐경 여성이 몸보다 마음으로 먼저 갱년기를 느낀다. 요즘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만사가 귀찮아진 주부 김영숙 씨(53). 처음에는 쉽게 피곤을 느끼더니 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졌다. 지난해 가을 딸이 결혼하면서부터는 자잘한 걱정이 늘고 우울감이 심해졌다.

김 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갱년기는 평균 폐경 연령인 48세를 전후해 5∼10년이다. 난소 기능이 점차 저하되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감소하면서 폐경이 찾아온다. 이때부터 신체적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한국 여성 95%가 갱년기 증상 경험

갱년기 초기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홍조 증상이 가장 흔하고 식은 땀, 불면증이 나타난다. 작은 일에도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져 우울증이 나타나며 집중력 저하로 건망증이 찾아온다. 중기 증상으로는 질 건조감, 성교 시 통증, 반복적인 세균성 감염과 빈뇨 같은 비뇨 생식계에 문제가 생긴다. 이 시기에는 골밀도 검사를 하고 뼈엉성증(골다공증)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폐경기를 거치면서 뼈를 구성하는 성분이 감소함에 따라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11월은 대한폐경학회가 정한 ‘폐경의 달’이다. 5월 대한폐경학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 511명 중 약 95%가 안면홍조, 기억력 감퇴 같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질적인 치료를 받는 여성은 9.5%에 그쳤다. 갱년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증상을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 ‘우울증인가 보다’하고 생각하며 무작정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갱년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만성증상으로 뼈엉성증, 뇌중풍(뇌졸중), 관성동맥질환, 노인성 치매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생활습관으로 예방


건강한 갱년기를 보내려면 우선 갱년기를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으로 인식하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을 보충할 수 있는 식이요법을 시작하고 매일 꾸준한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어 가며 갱년기를 대비하도록 한다.

갱년기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맨손체조, 걷기,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다. 운동시간은 하루에 30분을 기본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간다. 운동을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격일이나 일주일에 3회 정도로 시작해 점차 주당 5회 이상으로 늘려 가는 것이 좋다. 친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폐경기 질환 치료법으로 호르몬 요법을 들 수 있다. 여성 갱년기와 관련된 주요 호르몬으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 3종류가 있는데 이 중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갱년기 증상이 심해진다. 호르몬 요법은 갱년기 여성에게 부족한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을 정제, 주사, 패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보충해 주는 것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간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정맥 혈전증,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의 위험인자를 가진 여성에게서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 비호르몬 치료제 복용도 가능

호르몬제 복용으로 메스꺼움, 두통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블랙코호시나 히페리시(성요한 풀)가 있다. 블랙코호시 추출물은 유럽에서 식물요법으로 50년간 갱년기 증상 치료를 위해 사용돼 왔으며 지금까지 갱년기 치료에서 가장 널리 연구된 약초다. 그러나 블랙코호시가 간독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어 간 수치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히페리시는 우울증, 불안증, 초조감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블랙코호시와 히페리시 복합제인 동국제약 ‘훼라민Q’ 같은 비호르몬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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