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한 나라, 수학 점수 차이도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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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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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실력 남녀 차 “유전 아닌 환경 영향 커”

마주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초등학생들.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학 점수 차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선천적인 이유를 들지만 최근엔 성고정관념과 같은 환경 차이가 더 크다는 연구가 많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마주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초등학생들.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학 점수 차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선천적인 이유를 들지만 최근엔 성고정관념과 같은 환경 차이가 더 크다는 연구가 많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언론에 공개된 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따르면 여학생의 수학 점수가 남학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수리영역 평균점수는 남학생이 94.64점을 받아 여학생(86.56점)보다 8점 정도 높았다. 2006년 공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남학생 평균 수학점수가 489점으로 여학생보다 12점 높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남녀의 유전자와 뇌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설명한다. 선천적으로 남자는 수학과 과학을, 여자는 언어를 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전자가 아니라 환경의 영향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수학과 과학은 남성의 학문’이라는 성 고정관념이 이들 과목에 대한 여학생의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수학과 과학으로 성공한 여성 학자가 드문 점도 이런 경향을 강화한다. 역할모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재닛 히디어 교수팀은 6월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1970년 미국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의 비율은 8%에 그쳤지만 2006년에는 32%에 이른다”고 밝혔다. 히디어 교수는 “교육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수학분야에서 여성도 남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수학 분야에서의 점수 차는 ‘남녀 차이’가 아닌 ‘남녀 차별’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파올라 사피엔자 교수팀은 2003년 PISA 결과를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한 성격차지수(GGI)를 이용해 재분석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점수가 평균 10점 정도 높았지만 남녀가 평등한 나라일수록 점수 차가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남녀평등 정도가 높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선 여학생의 수학 성적이 남학생과 비슷한 반면 그렇지 않은 터키는 23점이나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어려서부터 여아에게는 소꿉놀이 장난감을 주고 남아에게는 블록이나 로봇을 준다”며 “이런 교육적 자극의 차이가 사회문화적으로 수학 과학을 남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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