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球都’ 부산은 스포츠게임, 군인 많은 강원에선 슈팅게임 인기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PC방 이용시간 통해 그려본 ‘온라인게임 대동여지도’

《‘1인칭 슈팅 게임(FPS)은 경북, 강원, 충북.’

‘스포츠 게임은 제주, 부산, 대구.’

게임 장르별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역들이다.

이렇듯 지역마다 선호하는 게임 장르가 다르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온라인게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게임 대동여지도’가 나왔다. 26일 동아일보가 게임정보 전문회사인 ‘게임트릭스’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전국 PC방에서 게임별 총사용시간을 분석한 결과 16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인기 있는 게임 장르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간 3조 원대로 성장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차츰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각 지역의 지리·사회·문화적 차이도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절대 강자’ 롤플레잉게임]
44% 점유… 인천-울산 최다

[짧게 즐기는 슈팅게임]
외출나온 군인 많이 찾는듯…산 많은 경북-충북서도 인기

[급성장한 스포츠게임]
박지성-WBC 효과 톡톡…게임시간 2년전보다 두배

[들쭉날쭉 사행성 게임]
제주-전남-광주 9%대…경북-충북-대구 5% 미만

○ 슈팅게임, 군부대와 함께 마케팅

본보는 5월 한 달간 전국 PC방에서의 총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온라인게임(사용시간 상위 150종)별 점유율을 비교했다. 장르는 △롤 플레잉 게임(RPG·리니지 등) △전략시뮬레이션(RTS·스타크래프트 등) △1인칭 슈팅 게임(FPS·서든어택 등) △스포츠 △사행성(고스톱+포커) △보드(바둑 등) △기타(아케이드+레이싱) 7개로 나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게임은 역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리니지’를 필두로 한 RPG 장르. 이 장르의 전국 사용시간 점유율은 43.5%였다. 특히 인천과 울산에서는 RPG 점유율이 각각 46.9%와 46.6%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강원은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40%를 밑돌았다. 이는 CJ인터넷의 ‘서든어택’ 등 FPS 장르의 인기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FPS 점유율은 군부대나 산악 지형이 많은 강원(21.8%), 경북(22.2%), 충북(21.7%)에서 특히 높았다. FPS 인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곳은 제주, 광주, 서울 등이었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이재홍 교수는 “강원도는 대표적인 군사 밀집 지역”이라며 “휴가를 나온 군인들에게는 오랜 기간 꾸준히 즐기는 RPG보다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슈팅 게임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게임업체들도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CJ인터넷은 지난해 강원 인제군과 함께 서든어택 게임 속 세트를 그대로 구현한 ‘밀리터리 파크’를 지었다. 서바이벌 게임 대회인 ‘서든어택 얼라이브’를 개최하거나 군부대에 시가지 전투 교육 장소로 대여하는 등 온라인게임을 오프라인으로 확장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 아이돌 많은 광주 ‘오디션’ 인기

부산에서는 스포츠 게임이 인기다.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열기가 게임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야구팬은 138만 명으로 서울을 연고지로 한 팀들보다도 40만∼50만 명이 많았다. 부산에서 스포츠 게임의 점유율은 9.7%로 인천(6.5%)보다 3.2%포인트나 높았다.

이에 따라 야구 게임 ‘슬러거’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부터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대호 선수를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등 전체 마케팅 비용의 60%를 부산에 쏟아 붓고 있다. CJ인터넷은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내걸고 올해 아예 프로야구 공식 스폰서로 나섰다. 최용욱 네오위즈게임즈 마케팅팀장은 “부산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곳이고 수도권에 비해 게이머들의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제주는 고스톱과 포커 등 사행성 게임의 점유율이 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직접적 연관성을 따질 순 없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 14개 중 8개가 제주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남(9.3%), 광주(9.1%), 전북(8.0%) 등 호남 지방도 사행성 게임의 점유율이 높은 편. 반면 충북(4.7%)과 대구(4.9%)는 4%대 점유율로 사행성 게임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광주는 리듬액션 게임인 ‘오디션’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0.8∼1.5% 정도인 이 게임의 점유율은 유독 광주에서만 2.3%로 나타났다. 2007년 5월 기준으로 보면 이 게임의 점유율은 무려 6.6%로 ‘리니지2’와 ‘워크래프트3’ 등 ‘전국구’ 게임들을 오히려 앞서기도 했다. 하선희 예당온라인 마케팅팀장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나 ‘빅뱅’의 승리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중 광주 출신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년 전과 달라진 게임 지형도

2009년 5월과 2007년 5월을 비교했을 때 PC방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은 2년 만에 24.1% 늘었다. 지역별 성장세는 제각각이다. 대구와 부산은 2년 만에 각각 6.0%, 12.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울산과 인천, 경기 등은 모두 40%씩 성장했다. 이는 게임 이용자층인 10, 20대의 인구 증감과 연관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2006년 말 대비 2008년 말 10∼29세 인구는 경기는 2.5% 늘었고 울산과 인천은 각각 0.6%, 0.7% 소폭 줄었다. 반면 대구(―3.4%)와 부산(―5.1%)은 젊은층의 인구 감소 폭이 전국 평균(―1.8%)보다 컸다.

장르별 희비쌍곡선도 명확히 엇갈린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장르는 스포츠 게임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박지성 선수가 맹활약하면서 축구 게임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여기에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우승에 이어 올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하자 야구 게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전체 게임에서 스포츠 장르 점유율은 2007년 5월 5.2%에서 올 5월 7.9%로 높아졌다. 총사용시간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같은 기간 FPS는 24.8%에서 18.1%로 2년 만에 6.7%포인트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서태건 본부장은 “그동안 급성장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점차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지역적인 정서나 문화가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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