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차단 강경했던 닌텐도 이번엔 ‘맛보기’로 구매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25일 발매되는 온라인 게임업체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DS’는 국내 온라인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닌텐도DS 콘솔 게임용으로 제작돼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게임 속에 숨은 여러 개 ‘맛보기’ 메뉴.
그라비티는 이른바 ‘R4’ 칩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불법복제 파일로 게임을 실행할 경우 화면이 정지되는 효과를 게임 속 여러 곳에 숨겨 놨다. 종전의 ‘백화현상(화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고 하얗게 변하는 현상)’식으로 처음부터 되지 않던 것과 달리 일정 부분을 공개하고 ‘결정적인 부분’에서 기능이 정지되도록 한 것. 과거 불법복제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해오던 한국닌텐도가 전략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맛보기’를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정품 소프트웨어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맛보기’ 전략이 시작된 것은 ‘바른손크리에이티브’의 퀴즈 게임 ‘충전! 한국인의 상식력 DS’부터다. 정품이 아닌 불법 다운로드 파일로 실행할 경우 ‘다음 중 정당의 기능으로 볼 수 없는 것은?’이란 문제가 무한 반복돼 나타난다. 음식 정보 게임인 ‘DS 비타민 위대한 밥상’은 음식 메뉴와 조리법을 일부분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빈 화면으로 나타냈다. 최근에는 단순히 정지되거나 흰 화면이 나타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법’이 나타나고 있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4’는 ‘저장’ 기능을 없앴다.
하지만 이런 전략에도 ‘구멍’이 뚫렸다. 누리꾼들이 ‘맛보기 트릭’을 깨는 ‘패치파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게임 발매 후 온라인에 패치파일이 나타나는 데는 평균 1, 2개월에 불과하다. 게이머들은 “조금만 참으면 다 뚫린다”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닌텐도의 ‘맛보기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게임업체 제작자는 “불법 복제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던 한국닌텐도가 기기 판매를 위해 불법 다운로드를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달 닌텐도코리아가 발표한 국내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가장 많이 팔린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44만 개에 그친 반면 ‘닌텐도DS Lite’ 기기는 2007년 1월 발매 이후 현재까지 250만 대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한국닌텐도는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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