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강 3중’ 재편 가속도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세계3위 D램업체 日엘피다-대만 3개사 연내 통합”

“출혈경쟁 사라져 D램값 반등 계기”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파워칩, 프로모스, 렉스칩 등 대만 3개 업체와의 경영통합에 합의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통합이 확정되면 숨 가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1강 3중’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삼성전자에 이어 하이닉스반도체와 엘피다 진영, 미국 마이크론 및 대만 난야 연합군 등 3개 세력이 추격하는 형태다. 지분 교환 등 구체적인 통합경영 내용은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만을 방문 중인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雄) 엘피다 사장은 11일 대만 당국 및 반도체 3사와 큰 틀에서 통합에 합의한 뒤 올해 안에 필요한 절차를 끝낼 방침이다.

엘피다 진영이 연합 체제를 갖추면 하이닉스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와 대만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1∼9월 누적 기준으로 22.6%에 이르러 단숨에 하이닉스(19.1%)를 따라잡고 2위에 오르게 된다. 반면에 최근 발표된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4분기(10∼12월) 잠정실적 기준으로는 하이닉스가 20.8%로 엘피다 진영의 19.3%를 약간 웃돈다.

마이크론(4위)도 합작회사 메이야의 파트너인 난야(6위)를 통합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17.8%(4분기 잠정 기준)로 올라가 언제든지 2위 다툼에 가세할 수 있다.

일-대만 메모리연합의 출범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4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해 엘피다 진영에 비해 확실한 기술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이 끝나 D램 공급과잉 문제가 개선되는 등 업계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20% 안팎의 대형 경쟁사가 생긴다면 우리에게도 상당한 긴장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통합 이후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이는 D램 가격 반등 국면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장기적인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인 만큼 엘피다 진영의 시장점유율이 우리보다 높아져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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