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꿈의 치료법’ 선진국 개발경쟁 불 붙을듯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실패해도 제2, 3의 시도 계속될 듯

학계 “한국 투자-연구열기 부활기대”

암세포 변이-효과 유지 등 갈길 멀어

■ 첫 임상시험 눈앞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첫 임상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꿈의 치료법’으로 불리던 배아줄기세포 치료에 드디어 초석이 놓인다.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를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연구나 쥐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은 다양하게 이뤄졌다.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꿔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뇌에 주사해 병을 치료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 시험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은 사례가 없어 이번 시험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신체의 고장 난 세포나 장기를 마음대로 만들어 기계부품을 바꾸듯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척수 손상, 파킨슨병, 당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기적의 약으로 배아줄기세포가 주목을 받아왔다.

만일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하고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앞으로 배아줄기세포 치료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어 거대한 시장을 놓고 선진국들 사이에서 줄기세포 치료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나도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나라에서는 비밀리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그야말로 ‘줄기세포 전쟁’을 치르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투자면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계에서는 이번 임상시험을 계기로 우리나라 정부가 다시 줄기세포 투자에 나서고, 연구 열기도 다시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물의 사례에서 보듯이 배아줄기세포를 척추손상 환자에게 주입하면 일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또 주입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에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바로 암세포의 변화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번 임상시험이 부분적으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지금까지 희망사항이었던 배아줄기세포 치료를 현실에 적용하는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며 “제론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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