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모자 밑이나 위로 스카프를 둘러 귀밑머리 부분을 가려주세요. 뒷부분은 가볍게 묶어 고정하고요.”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의 서희경(50) 강사는 암 환자 15명 앞에서 모자 연출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씨는 건강한 모습이지만 3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항암제 치료 여덟 번, 방사선 치료 30번 받으며 머리가 다 빠지고 피부는 칙칙해져 무척 우울했다”며 “암 환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모자 연출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삼성서울병원의 ‘암 환자를 위한 외모관리’ 프로그램에서 암 환자에게 머리, 피부 관리법을 강연한다.
암 완치율이 높아지고 생존기간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의 ‘삶의 질’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대학병원들은 암 환자가 항암치료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적 동요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조주희 암교육센터 부센터장은 “탈모는 암, 특히 여성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라며 “항암치료로 인한 신체상의 변화 때문에 자신감이 저하되고 우울해지기 쉬운데 외모 관리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모 관리가 암 환자의 절망과 무기력 지수를 낮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외국 학술지 ‘정신종양학’ 10월호에 따르면 외모 관리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절망감 무기력을 1.5배 정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는 항암치료 후 3주쯤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머리를 빗으면 한 움큼씩 빠지다가 곧 다 빠져 버린다. 머리가 다 빠지기 전에는 머리를 짧게 잘라 풍성해 보이도록 하면 되지만 모두 빠져버린 후에는 모자 두건 등으로 가려야 한다.
챙 있는 모자는 끝부분이 들뜨지 않도록 철심이 들어 있는 것이 좋다. 모자를 쓸 때 스카프를 둘러 뒤에서 묶어주면 옆머리를 가릴 수 있고 따듯하다. 머리털은 항암치료가 끝난 후 6개월∼1년 후 정상으로 회복된다.
또 항암치료를 받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민감해진다. 목욕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하고 순한 비누를 사용한다. 때를 밀거나 사우나 찜질방에 가는 것은 피한다.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고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자외선 차단제는 차단지수(SPF) 30 이하가 적당하다.
조 부센터장은 “항암치료 중에는 손톱과 발톱이 잘 부러지므로 짧게 자르고 보습제를 바르면 좋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