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영]사이버공간 自淨 급하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인터넷의 생활화가 가속화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현대생활은 인터넷을 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인터넷의 활용이 늘어났다.

정보검색은 물론이고 접촉지향적인 이용과 국가정책에 대한 투입(input) 지향적인 이용에 이르기까지 유용성과 활용범위가 매우 커졌다. 이처럼 인터넷의 생활화가 가속화할수록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야기한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동시성, 쌍방향성, 초국경성은 많은 사람이 특히 의사표현의 사이버 공간으로 이용하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반면에 불법적인 인격모욕이나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에 해당하는 내용을 빠른 속도로 전파하는 사이버 공간으로 악용되는 경우 인격권을 침해하고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역기능을 할 수 있다.

또 인터넷상의 개인정보가 불법 목적으로 악용되고 유통되면 개인정보 자기관리권이 크게 침해된다. 국제 테러분자의 범죄모의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국가의 안위에 직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은 이제 현대국가의 피할 수 없는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익명 악용한 인격권침해 심각

인터넷이 국가정책에 대한 투입의 사이버 공간으로 활용돼 많은 사람에게 말문을 열게 하는 표현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장려해야 한다. 인터넷 댓글도 사회여론을 표출하고 인터넷의 투입 기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쇠고기 촛불시위 사태에서 보듯 익명 뒤에 숨어 자행하는 악성 댓글의 범람과 광고주에 대한 불법적인 위협 등 일부 누리꾼의 선동적인 디지털 공간으로 악용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포털의 자율적인 모니터링과 사이버 공간 정화 노력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국가도 이 문제에 손놓고 있으면 안 된다.

특히 인터넷이 불법적인 인격모욕과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의 사이버 공간으로 악용되는 것은 절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인격권은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하는 인간 존엄성의 핵심내용이고 인터넷상의 표현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하는 헌법상의 한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하고 저장 및 유통하는 일도 차단해야 한다. 개인의 자기정보관리권이 침해될 수 있어서다.

인터넷이 초래하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클수록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도 커진다. 나아가 인터넷을 악용하는 국제적인 테러조직이나 무정부적 과격세력에 대한 헌법보호의 필요성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국가의 온라인 검색이나 인터넷 규제가 정당화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국가의 지나친 온라인 검색이나 인터넷 규제는 역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국가가 처해 있는 딜레마다.

국가의 규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선 기본권 제한이 가장 적은 방법으로 누리꾼의 건전한 네티켓(netikette)이 확립,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본인 확인제를 확대하고, 포털이 자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건전화에 힘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네티켓 정착 안되면 규제 불가피

이런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틈이 생기는 때만 국가의 강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그때도 정보통신기술의 신뢰성과 완벽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컴퓨터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컴퓨터 기본권은 전통적인 통신의 비밀, 주거의 불가침성, 개인정보 자기관리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기본권이다.

국가의 인터넷 규제에서는 사적인 생활설계의 핵심영역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정보의 수집 저장을 최대한 억제토록 하고, 필요 불가피하게 수집 저장한 개인정보는 활용 후 즉각 삭제토록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만연하는 무질서와 불법을 막되 컴퓨터 기본권을 존중하는 균형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