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제는 성형수술도 공동구매 시대.’ 한 포털 사이트의 성형카페 회원인 정모(30) 씨는 한 달 전쯤 카페 운영자로부터 성형수술 공동상담을 권유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희망하는 시술과 병원을 적어 보내주면 개별적으로 연락해주고 상담비는 무료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씨는 다른 회원 10명과 함께 서울 강남의 M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병원 측은 “10명이 한꺼번에 시술을 받을 경우 1인당 700만 원인 코히시브 젤을 이용한 가슴확대 시술을 550만 원에 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정 씨는 “비용을 아끼려고 성형카페에 가입했다”며 “나중에 카페 운영자가 1인당 50만 원씩 500만 원의 알선 수수료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얼굴 및 신체 성형과 라식, 치아 성형 등 고가의 성형수술을 단체로 할인받는 ‘성형 공동구매’가 유행하고 있다. 또 현행 의료법은 환자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으나 일부 인터넷카페는 성형 공동구매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싼 값에 수술 받자” 공동 수술=일부 사이트는 아예 각종 이벤트를 내세워 공동구매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여성 전문 J사이트는 최근 ‘라식·라섹 수술 90만 원 체험단 모집 이벤트’를 열었다. 수술 받아야 할 사연을 댓글로 올리면 당첨자를 뽑아 150만∼200만 원 상당의 수술을 90만 원에 해준다는 내용이다.
말은 당첨자라고 했지만 실제로 댓글을 올린 대부분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을 받도록 유도한다는 것.
회사원 김은진(29·여) 씨는 “요즘 ‘임플란트 선착순 500명 지원’ ‘치아성형 선착순 20명 지원’ 등의 스팸메일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카페는 아예 10명, 20명씩 한꺼번에 모으는 공동구매를 주선하고 있다.
보통 수술을 알선해주고 시술비의 5∼10%를 수수료로 챙기지만 40%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고, 환자 수가 많을수록 할인율과 수수료는 커진다.
▽일부 카페는 병원과 거래도=병원들이 수술비를 깎아주고 수수료를 줘 가면서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
서울 강남의 V성형외과 원장은 “고가의 수술 장비를 놀리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할인 수술을 해서라도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며 “요새처럼 방학도 아니고 연휴도 없는 불황기에는 환자 유치 경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원 수가 많은 카페는 병원으로서는 중요한 고객이다. 일부 병원은 특정 카페와 손잡고 병원을 띄우고, 카페를 만든 사람으로부터 운영권을 사들이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운영실장은 “1년 전쯤 한 성형카페 운영자가 찾아와 ‘회원이 2만 명 정도인데 500만 원에 사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는 이 같은 불법적인 환자 유인·알선 행위와 시술비 할인이 의료의 안정성과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상경 BK동양성형외과 원장은 “일부 성형외과는 마취의사 인건비를 아끼려다 의료사고를 내는 사례도 있다”며 “환자도 싼 값에 현혹돼 수술을 받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의료행위 알선을 무작정 금지하기보다는 제한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다음 카페 ‘뷰티가이드’ 운영자는 “병원과 카페가 결탁하면 카페가 특정 병원을 암암리에 홍보해줘 건전한 정보가 흐르지 않게 된다”며 “현행 제도 개선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