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아웃소싱시장 춘추전국시대로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절대강자 인도시장 임금 크게 올라 매력 상실

중남미 - 동남아 - 동유럽 등 새 중심축 부상

“印, 기술력-경험으로 경쟁력 유지” 전망도




인도가 절대 강자의 위치를 구가하던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인도가 루피화 강세와 급속한 임금 인상으로 매력을 잃어가는 사이 지리적 장점과 저임금 숙련 인력을 내세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도 독주체제에서 이제 세계 각 지역의 허브들이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로 바뀌는 양상이다.

▽절대 강자 인도 주춤=인도 2위의 IT 기업인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는 올해 1분기(1∼3월) 순이익이 125억 루피로 전년 동기보다 9.2% 늘어났다고 15일 발표했다. 그동안 평균 분기별 성장률이 20%에 달하던 것에 비교하면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미국의 경기침체 여파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IT 아웃소싱의 65%를 차지하는 인도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도는 낮은 인건비와 우수한 인력, 영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IT 아웃소싱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최근엔 달러화 약세와 루피화 강세에 따른 비용 상승, 수요 증가에 따른 고급인력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2005년 미국 엔지니어의 20% 수준이었던 인도 인력의 임금이 지난해에는 최고 75%까지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은 물론 내년부터 IT 기업들에 대한 소득세와 소비세, 관세 면제가 제외되는 것 등 악재도 잇따랐다.

아리 르윈 듀크대 교수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아웃소싱의 저가 경쟁력은 3, 4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남미 중국 동유럽…춘추전국시대로=인도가 주춤하는 사이 지역별로 대항마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근접한 지리적 장점을 내세운 중남미,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을 노크하는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이 지역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브라질의 상파울루 등 남미 도시들이 미국 IT 업계의 새로운 아웃소싱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비용에다 미국과 가깝고 시차가 비슷해 업무 협조가 쉽기 때문.

멕시코 IT 업체 소프트텍은 지난해 신규 고객 30개사를 확보했다. 대부분 이전까지 인도 업체와 거래하던 곳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네오IT의 아툴 바시스타 사장은 “그동안 인도 업체를 선택하면 40∼5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 10∼20%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 수준이면 지리적 이점이 있는 남미가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IT 전문사이트 ZD넷아시아도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우수한 저가 인력을 무기로 인도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18일 전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의 IT 아웃소싱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보다 45% 성장했다.

중국은 2006년 ‘10+100+1000’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정책적으로 아웃소싱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향후 10개의 경쟁력 있는 도시에서 100개의 다국적 기업에 아웃소싱을 제공하는 1000개의 업체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영어 구사력과 저임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서유럽 기업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다수의 숙련된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도의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다.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영어권 식민지 경험을 바탕으로 콜센터를 대거 유치하는 등 IT 아웃소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의 몰락? 아직 아니다=아웃소싱 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인도가 쉽게 몰락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 IT 업계의 최대 고객인 미국 기업들이 경제위기로 비용 감축에 나서면서 아웃소싱 비율을 늘리면 인도 IT 업계의 매출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16일 전망했다.

비즈니스위크도 “신흥 아웃소싱 국가들이 인도를 앞지르려면 부족한 숙련 인력, 영어 의사소통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KPMG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웃소싱 시장이 단순 업무를 위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핵심 업무와 컨설팅을 수행하는 지식 프로세스 아웃소싱(KPO)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2010년 100억∼17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KPO 시장은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인도가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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