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감도 디지털로 역사가 깨어난다, 예술이 숨을 쉰다

  •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2분


그림-복식-건축 등 문화재 복원 ‘디지털라이징’ 각광

《‘디지털 기술이 예술의 시간을 되돌린다.’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유실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 복원과 보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라이징(Digitaliz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라이징은 아날로그 형태의 정보나 사물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을 말한다. 문화재 복원 분야에선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미술품, 건축물, 의복과 같은 문화재를 고도의 정보기술로 분석해 문화재 제작 당시의 색감이나 형태로 재건하는 의미로 쓰인다.》

○ 고서화 40여점 300년 전 초기 상태로 구현

최근 ‘부산진순절도’(보물 391호)와 ‘동래부순절도’(보물 392호) 등 고서화(古書畵) 40여 점이 디지털라이징 기술의 힘을 빌려 300여 년 전의 초기 원본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수 기법을 활용해 그림의 각 부분을 초고감도 화소(畵素)로 스캐닝하고, 각각의 디지털 화소를 분석해 최적의 컬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제작 당시 원래 색감을 살려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국내 5대 사찰 중 하나인 백양사의 대형 탱화 ‘아미타회상도’가 복원됐다.

18세기 중반에 제작된 이 탱화는 상당 부분이 훼손된 상태였지만 디지털 기술로 원래 모습을 되찾아 고도의 프린팅 기술로 한지 위에 원본 크기대로 재현됐다. 프린팅에는 특수잉크를 사용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색상이 변하지 않도록 했다.

복원에 참여한 한국HP 이미징 프린팅의 조태원 부사장은 “디지털로 복원된 작품들은 과거 손으로 다시 살려낸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비취-옥색과 같은 전통색도 저장 가능

지난해 1월에는 디지털 작업을 통한 미술작품의 복원 및 복제, 대중화를 목표로 ‘디지털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그룹’이라는 아트 그룹이 결성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현존하는 고려불화 및 불교복식 유물, 고려후기 인물화 및 벽화 사료에 근거해 고려복식 원형을 개발했다.

개발팀은 사료에 나오는 복식의 형태, 문양, 치수를 2차원(2D) 이미지로 뽑아낸 뒤 이를 3D 그래픽으로 변환해 실사(實寫) 형태로 만들었다.

문화재청도 올림푸스한국과 협약을 맺고 문화재 복원을 목표로 기초 자료를 만들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측은 “차세대 영상 솔루션을 활용하면 비취, 옥색과 같은 섬세한 전통색을 육안으로 볼 때의 색감으로 저장할 수 있다”며 “문화재 훼손 시 기초 복원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형문화재 후계자 끊겨도 보존할 수 있을 듯

이번 숭례문 복원도 2002년 3D로 제작한 기초 자료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훼손된 숭례문을 초정밀 레이저 스캐너로 찍어, 이를 2002년의 디지털 실측 기록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라이징은 해외에서 먼저 시도됐다.

영국은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재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160억 화소라는 초고해상도 이미지로 제작해 미술 복원 분야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무형 문화재의 보존 작업에도 디지털라이징 기술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인간문화재들의 전통 군무나 춤사위 동작을 모션 캡처 기술로 잡아낸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정보기술 복원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라이징을 활용하면 후계자가 끊기더라도 기술 변형 없이 무형 문화재의 보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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