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같은 인공피부 아픔을 감싸안다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 화상치료-실험동물 대체 ‘살갑게 다가온 인공피부’

“전 당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당하고 싶지 않아요!”

새 화장품이 나올 때마다 테스트를 위해 자신의 피부를 내놓는 실험동물들은 이렇게 절규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사람을 닮은 인공피부가 개발되면서 이들의 희생도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피부는 불평도 없고 아픔조차 느끼지 않는다.

화장품 테스트뿐만이 아니다. 화상 환자에게서 새 살이 돋도록 돕거나, 섬세한 촉감을 느끼게 해 로봇팔에 생기를 불어넣는 등 다양한 용도의 인공피부가 개발되고 있다.

○ 화장품 실험용 피부, 진짜와 80% 같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1998년 처음으로 인공피부 ‘에피스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피부세포를 떼어내 배양한 뒤 다양한 보조물질을 넣어 바깥 피부인 표피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표피에 면역세포, 멜라닌 등을 넣어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한 다양한 화장품의 효능을 실험할 수 있게 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인공피부는 손바닥만 한 키트 안에 있는 여러 개의 작은 홈 안에 얇은 층으로 깔려 있다. 이곳에 화장품을 넣어 효과와 안전성을 테스트한다.

조제 코토비우 로레알 생명과학연구소 박사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테스트한 결과 인공피부의 효과는 진짜 피부의 80%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로레알은 최근 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까지 모방해 ‘리얼스킨’이라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피부를 지탱하고 탄력을 주는 콜라겐과 섬유세포 등 피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피의 일부 구성성분을 갖춰 더욱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코토비우 박사는 “신경, 모낭 등을 넣어 진짜 피부와 더욱 비슷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날이 오면 고통 속에 신음하던 동물들이 인공피부를 향해 절을 할지도 모른다.

○ 화상 위 보호막 역할… 수명 2∼4주

심한 화상을 입으면 먼저 깨끗한 물질로 상처를 덮어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한 뒤 다른 조직에서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 이식해야 한다. 그러나 화상이 너무 심하면 피부를 바로 이식하기 어렵다. 이때가 바로 인공피부가 활약하는 시간이다.

현재 미국에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화상 환자용 인공피부로 ‘트랜스사이트’ ‘인티그라 인조 세포’ ‘바이오브레인’ 등이 나와 있다.

이들은 동물 조직이나 사람의 피부를 이용해 만든다. 예를 들어 바이오브레인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 젤라틴은 상처 부위의 혈액 응고 인자와 결합해 상처 위에 튼튼한 보호막을 만든다. 하루면 보호막이 완성된다.

트랜스사이트는 콜라겐과 실리콘, 진짜 사람 세포로 코팅된 나일론 그물 모양이다. 바깥층은 상처를 보호하고 그물 사이의 단백질은 새 피부가 돋는 것을 촉진한다.

미국 예일대 의대 데이비드 르펠 교수는 ‘피부과학’이라는 책에서 “인공피부는 수명이 2∼4주이며 화상 부위 치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로봇팔도 힘 센서 넣은 인공피부로 덮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힘 측정 및 평가 연구실은 요즘 힘과 온도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신축성이 있는 인공피부에 힘 센서를 넣어 접촉감과 압력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연구실의 김종호 박사는 “64개의 힘 센서로 이뤄진 인공피부를 로봇 손가락에 씌우면 1mm의 분해능으로 3kg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mm의 공간 안에 닿는 압력과 접촉감을 구분해 느끼는 것이다. 100개의 힘 센서를 넣은 인조피부를 이용하면 사람과 비슷한 압력을 느낄 수 있다.

로봇팔 ‘덱스트라’를 만든 미국 럿거스대 윌리엄 크라엘리우스 교수는 늘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현재 3개의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니 5개까지는 시간문제. 더 중요한 것은 손끝에서 느끼는 정교한 접촉감과 압력이다.

사람과 비슷한 인공피부를 만든다면 머지않아 낭만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로봇을 만나게 될 것이다.



파리=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목정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loveea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