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맞아야 약발도 먹혀요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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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때문에 고생하던 30대 초반의 직장인 한모 씨. 어느 날 약을 먹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갑자기 배에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가야 했다. 복통의 원인은 다름 아닌 식사 대용으로 마신 우유 한 잔이었다.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대장까지 도달해야 할 변비약을 위에서 녹여버렸다. 약이 위를 자극해 일어난 복통이다.

약과 음식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약에 맞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피해야 하는 음식도 있다. 서로 맞지 않는 약과 음식을 먹었다가 약효는 고사하고 부작용 때문에 크게 고생할 수도 있다. 약과 음식의 궁합을 알아보자.

▽술과 약=약을 먹을 때 술은 절대 금물이다. 알코올 성분은 약효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낮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술로 인해 약효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는 고혈압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알코올 성분이 혈압감소 효과를 증가시켜 고혈압 환자가 심각한 저혈압 상태가 될 수 있다. 감기약은 보통 항히스타민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을 졸리게 만든다. 술과 함께 감기약을 먹으면 졸음을 증가시킨다.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이 아스피린 같은 해열 진통제를 먹으면 간 손상이나 위장관 출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무좀 치료제에 사용되는 스프라녹스(먹는 약)의 경우는 복용 기간에 술을 마시면 간 독성이 심해진다.

약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 목적으로 먹는 칼슘 보충제가 대표적이다. 알코올은 칼슘 성분의 배설을 촉진시켜 약효를 떨어뜨린다.

▽기호식품과 약 궁합=커피, 콜라, 차, 초콜릿처럼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다.

중이염, 후두염, 기관지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퀴놀론계 항생제는 카페인 배설을 억제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거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어 불면의 원인이 된다.

약물 자체에 카페인이 포함돼 있는 복합진통제를 먹을 때에도 카페인 음료와 함께 먹으면 역시 카페인 과잉상태가 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녹차나 홍차를 철분제와 같이 복용하면 녹차나 홍차의 타닌 성분이 철분제의 흡수를 떨어뜨린다.

▽우유와 약 궁합=우유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다. 곰팡이균에 감염된 질환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항진균제를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된다.

퀴놀론이나 테트라사이클린 성분이 든 항생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알레르기나 류머티즘 치료에 사용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을 때는 우유가 오히려 위장 자극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주스와 약=과일 주스와 궁합이 맞지 않는 약도 있다. 위의 산도를 줄이기 위해 먹는 제산제를 오렌지주스와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주스가 산도를 높여 약효를 떨어뜨린다.

디아제팜이나 알프라졸람 등 항불안제를 그레이프프루트(자몽)주스와 함께 먹으면 약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약효와 독성이 증가된다. 이 주스는 고지혈증 치료제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으로 와파린 성분의 항응고제를 먹는 경우는 채소류를 조심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에서 피가 응고돼 생긴 혈전을 예방해 주는데 피의 응고를 돕는 비타민K 성분이 많이 함유된 녹색채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케일 등을 많이 먹으면 항응고 작용이 떨어진다. 인삼이나 녹차도 와파린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식품. 마늘은 오히려 와파린의 효과가 증가되어 출혈이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약물을 복용할 때 삼가야 하는 식품과 주의사항을 담은 ‘약과 음식,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란 책자를 발간해 지역 보건소와 관련 단체 등에 배포했다. 질환별로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하거나 피해야 할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자는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정보마당→식약청자료실→간행물·지침)로 들어가 원문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도움말=경희대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손기호 부장)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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