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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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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도 앗아 가는 악성 댓글=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낸 김모(31) 씨에 관한 기사가 2005년 5월 포털에 오르자 김 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하루에도 수천 건씩 달렸다.
“짐승만도 못한 개××, 김○○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이 남자 천벌을 받아 마땅합니다”라는 등 비난의 수준도 원색적이었다.
김 씨의 나이와 휴대전화 번호, 얼굴 사진뿐 아니라 김 씨가 어느 대학을 나와 어느 회사에 근무 중이라는 것까지 공개됐다.
댓글을 본 김 씨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김 씨가 누리꾼의 비난 전화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 데 따른 재산상의 손해배상 청구액 2억6000여만 원은 인정하지 않고 정신적 고통을 받은 데 따른 위자료만 인정했다.
올해 초에는 성형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넷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가수 유니(본명 허윤) 씨와 탤런트 정다빈 씨가 우울증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명 여성 탤런트 김모 씨도 악성 댓글로 피해를 봤다. 누리꾼들은 지난해 포털에 ‘김○○ 한 달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라는 기사가 오르자 “재벌 2세의 아기를 가져 낙태하러 간 것이다”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잇달아 올렸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 씨의 아들이 2005년 7월 필리핀에서 익사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언론사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됐을 때도 “빨갱이가 천벌을 받았다”는 등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임 씨는 악의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을 형사 고소했고 당시 검찰은 대학교수, 금융기관 간부 등 14명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악성 댓글을 올린 누리꾼을 처벌한 첫 사례였다.
2006년 말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개그우먼 김형은 씨가 올해 1월 끝내 숨졌을 때도 김 씨의 홈페이지에는 “잘 죽었다” “살 만큼 살았다”는 등 테러에 가까운 악성 댓글들이 올랐다.
▽포털 측, “댓글 감시 물리적 한계”=포털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형 포털들은 100명 이상의 댓글 모니터 요원들이 교대로 24시간 악성 댓글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만 건이나 올라오는 댓글을 모두 모니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포털 측의 설명이다.
사전 검열을 위해 댓글로 올릴 수 없는 금지 단어도 설정해 두고 있고 모든 댓글 옆에 신고 버튼을 만들어 놓아 누리꾼들이 이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링센터로 자동 접수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네이버 측은 “하루에도 수백만 건 올라오는 댓글을 모두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포털들도 노력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누리꾼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댓글을 통해 개인 신상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책임은 포털뿐 아니라 그런 정보를 처음으로 찾아내거나 퍼 나른 사람들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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