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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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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NR2B가 지능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공포감 형성에도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과학전문지 ‘뉴런’ 15일자에 소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44) 교수와 박사과정생 이용석(29) 씨. 이들은 BK21사업의 지원으로 캐나다 토론토대 생리학과 주오 민 교수팀과 공동연구 끝에 NR2B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기능이 억제되면 웬만한 공포에도 끄떡 없는 ‘겁없는 생쥐’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대뇌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엽에서 NR2B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했다. 그리고 이 생쥐를 상자 안에 넣어 바닥에 깔린 전선을 통해 전기충격을 가했다. 다음 날 이 생쥐를 같은 상자에 넣자 처음 온 장소인 양 아무렇지 않게 서성거렸다. 공포의 기억이 사라진 것. 보통 생쥐라면 전기충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잔뜩 움츠리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대뇌에서 공포 기억의 형성을 담당하는 부위는 해마와 편도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전두엽 역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부위는 기억 판단 감정 통증 등 고등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해마에서는 NR2B의 기능을 없애도 공포 기억의 형성을 억제할 수 없었다”며 “NR2B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쟁이나 대형 자연재해를 겪은 직후 사람들에게 치료제를 투여하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미래에는 연인과 싸우거나 헤어진 기억마저 깨끗이 날려 보낼 수 있는 알약이 등장하지 않을까.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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