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통신시장 새판 짜자”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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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사업자들이 통신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13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등 통신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과 외국 투자회사의 자금력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추진력을 얻었다. 당연히 KT,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통신 사업자는 비상이 걸렸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컨버전스·Convergence)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통신 세력’과 ‘케이블TV 세력’ 간에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시장 잠식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 1739만 가구 가운데 74.9%(1302만 가구)가 케이블TV에 가입했다.

성장 속도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다. 채널이 120여 개나 돼 지상파에 비해 콘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로 불리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케이블TV 제작회사에서 프로그램을 받아 소비자에게 방송하는 유통역할을 맡는다.

이들이 케이블TV 유선망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묶어 2만2000∼2만5000원에 팔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것. KT 하나로텔레콤 파워콤 등 기존 유선통신 회사들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만 3만 원 이상 받고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은 3월 말 현재 8.3%로 높아졌다.

○ 대기업 가세로 4강(强) 체제 재편

케이블TV 유선망의 사업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케이블TV 방송국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해 줄 유선방송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제조업체가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표적인 기업은 CJ와 현대백화점.

CJ는 식품사업에서 나오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진출했다. CJ엔터테인먼트(영화배급) CGV(극장) CJ홈쇼핑 등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선방송 사업자를 인수해 자체 유통망까지 갖추는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최근 충북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CCS 지분 45%와 충북방송 지분 100%를 인수해 가입자가 100만 가구를 넘어섰다.

C&M은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골드만삭스에서 14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태광산업은 국내 은행에서 6000억 원의 신디케이티드론을 받았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막강한 자금력까지 가세해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서 유선방송 사업자 시장은 태광산업, C&M, CJ, 현대백화점 등 4강 체제로 재편되는 중이다.

○ 케이블TV vs 통신업계의 한판 승부

케이블TV 업체들이 내놓은 회심의 무기는 내년 상반기(1∼6월)로 예정된 TPS(Triple-Play Service). 케이블TV 방송, 초고속인터넷에 인터넷전화(VolP)까지 얹은 것. 케이블TV망을 통해 인터넷전화를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공하면 확실한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 회사들은 인터넷TV(IP-TV)로 맞설 계획이다.

인터넷에 수백, 수천 개의 개인방송국이 생기는 IP-TV 서비스가 시작되면 약점인 ‘콘텐츠’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아직 방송위원회가 인허가권을 내세워 서비스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통신 업계와 케이블TV 업계의 본격적인 승부는 내년에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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