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현장에서/턱밑까지 쫓아온 대만 LCD

  • 입력 2004년 5월 19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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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 데릭 리도 사장은 “수개월 내 대만이 한국을 제치고 액정화면(LCD) 업계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4분기(4∼6월)까지는 한국이 점유율 42%로 대만(40%)을 앞설 것이지만 3·4분기(7∼9월)부터는 대만이 42%, 한국이 40%를 차지해 역전되고 이런 추세는 2005년 말까지 계속되리라는 것.

리도 사장은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의 선전으로 현재 세계 LCD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7세대 라인 투자 외에) 앞으로 엄청난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이 LCD 분야에서 1등을 유지하는 데 ‘빨간 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올해 초 디스플레이서치라는 시장조사 업체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대만은 2000년만해도 5.2%에 불과하던 세계 시장점유율을 2002년 34.9%로 키워 한국(37%)을 바짝 추격했다. 작년에는 35.8%로 한국(43.9%)과의 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해 LCD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들은 올해도 여전히 한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대만 업체들이 생산규모를 늘리는 것은 맞지만 실제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율(收率)이 한국기업보다 낮아 같은 양을 투입해도 생산되는 제품 수가 적다는 것.

국내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는 10일 실제 출하량이 아닌 산술적인 투자액과 라인 생산능력만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빚어진 오류라며 아이서플라이의 전망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1위’ 논쟁이 불거졌다는 것 자체가 대만의 추격이 그만큼 맹렬해졌다는 증거다.

한국경제를 이끌 기업과 산업 육성에 더 정성을 쏟지 않으면 ‘불길한 전망’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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