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세상바꿀 10대 신기술 3]차세대 디스플레이

  • 입력 2003년 1월 28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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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서태웅군은 쉬는 시간에 칠판 옆에 걸린 벽걸이TV를 봤다. 60인치 크기의 화면 덕분인지 영화를 보는 듯했다.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자 태웅군은 가방에서 전자종이를 꺼냈다. 전자종이에는 오늘 배울 교과서 내용과 메모장이 나타났다. 전자종이 덕분에 그의 가방은 늘 가볍다. 토요일에는 전자종이만 둘둘 말아 학교에 오기도 한다. 수업이 끝나고 그는 친구들과 함께 최신 시설로 바꾼 게임방에 들렀다.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눈앞에 진짜 같은 3차원 영상이 펼쳐졌다.

2008년 어느 날 한 고교생이 경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향연이다.》

한양대 박희동 교수(과학기술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단장)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두 가지 목표는 ‘종이처럼 얇게 만드는 것’과 ‘현장처럼 생생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대표 주자가 바로 유기발광소자(EL), 전자종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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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유비쿼터스 컴퓨팅
- ①초고속 무선인터넷

이미 휴대전화의 외부 창에 사용되고 있는 유기EL은 브라운관에 맞먹는 영상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EL은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접을 수도 있어 휴대전화, PDA 같은 이동통신 기기에 디스플레이 혁신을 일으킨다. 휴대전화나 PDA에서 둘둘 말린 유기EL 디스플레이를 빼내면 노트북PC만 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유기EL은 소비전력이 매우 적어 한번 충전하면 오래 쓸 수 있고, 동영상도 TV처럼 선명하게 나온다.

유기EL처럼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대가 오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벽에 디스플레이를 붙이면 그대로 TV가 된다. 볼일을 보거나 설거지를 하며 벽에서 TV를 보고, 옷이나 모자에도 디스플레이를 달아 정보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공사장에서 건축가가 허리띠로 설계도면을 볼 수도 있다.

파이오니아, 소니, LG전자, 삼성SDI 등 한국과 일본 회사들이 현재 유기EL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휴대전화 내부창에도 유기EL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기EL은 아직 수명이 짧고 큰 화면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신문이나 책 등을 대신할 전자종이도 일상 생활을 뒤흔든다. 전자종이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에서 신문, 책 등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내려받아 거리나 지하철에서 볼 수도 있고 자신이 쓴 글을 저장할 수도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이석한 전무는 “대형 유기EL이나 전자종이는 5∼10년 뒤에는 널리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5년 뒤에는 게임방, 영화관, 박물관 등에서 3차원 디스플레이가 선을 보일 것이다. 지금처럼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영상을 보는 대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3차원 영상 안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남자 주인공이 죽은 아내를 홀로그램으로 회상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광운대 김은수 교수(전자공학과)는 “최근 일본 샤프사가 영화와 비슷한 3차원 입체화면을 선보이는 등 3차원 디스플레이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TV도 한 단계 업그레드된다. 지난해부터 부유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형TV나 벽걸이TV는 5년 뒤면 지금의 브라운관TV처럼 대중화된다. LG전자 디스플레이연구소 박명호 소장은 “40∼60인치 정도의 대형TV를 웬만한 가정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벽걸이TV나 대형TV 경쟁에서는 동영상이 생생한 PDP가 현재는 유리해 보이지만 LCD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사용한 FED TV도 만만찮은 도전자다.

PDP와 LCD는 이미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PDP는 전기 효율이 낮고 60인치 PDP TV가 1000만원이 넘는 등 지나치게 비싸다. LCD는 동영상을 TV처럼 생생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PDP나 LCD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야 진정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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