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율되는 피아노 나온다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08분


피아노에 있는 200개의 현은 온도나 습도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긴장 상태가 달라지기 일쑤이기 때문에 전문 조율사가 늘 필요하다. 그래서 피아노는 연주자 스스로 음을 맞추지 못하는 유일한 악기다.

그런데 내년 말쯤이면 조율사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미국 피아노 제작사인 스토리 앤드 클라크사가 자동으로 조율을 할 수 있는 피아노를 개발해 내년 말에 시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피아노는 스위치를 켜고 약 40초만 기다리면 조율이 끝난다.

피아노에 들어 있는 200개의 현은 금속 핀에 감겨 있다. 조율사는 음이 낮으면 핀을 감아 현을 더욱 팽팽하게 만들고, 음이 너무 높으면 핀을 풀어 현을 좀 헐겁게 해 줌으로써 음을 맞춰 준다. 미국의 발명가인 돈 길모어가 개발한 자동조율장치는 이 작업을 전류가 대신한다.

금속선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 길모어의 자동조율장치가 장착된 피아노는 출고 전에 반음의 3분의 1 정도 높은 음으로 맞추어져 있다. 자동조율장치는 피아노 현에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현을 팽창시켜 높은 음을 정상 음으로 낮춰준다.

현이 정상음인지 아닌지는 전자기유도현상을 이용해 측정한다. 길모어는 각각의 현에다 2개의 전자석 코일을 감아 두었다. 이 코일 한쪽에 전류를 흘려 주면 자기력이 발생해 현이 진동하게 된다. 이는 다시 두번째 코일에서 작은 전류를 유도하게 된다. 피아노 안의 마이크로컴퓨터는 이 전류로 피아노 현의 현재 진동수를 측정해 미리 입력돼 있는 각 현의 표준 진동수와 비교한 다음, 다시 트랜지스터를 통해 현의 진동수를 바꿀 수 있는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류가 현을 달궈 팽창시킴으로써 진동수가 보정된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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