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의상-소품은 최신유행 축소판”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08분


넷마블 아바타 디자이너 최현미 팀장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아바타 캐릭터 옆에서 웃고 있다.사진제공 넷마블
넷마블 아바타 디자이너 최현미 팀장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아바타 캐릭터 옆에서 웃고 있다.사진제공 넷마블
산타클로스 옷과 빨간 벙어리장갑, 솜털모자 소품, ‘뽀대보드복’이라고 이름 붙인 스노보드용 의상….

인터넷 게임업체 ‘넷마블’(www.netmarble.net)의 최현미 디자인팀장(29)은 디자이너 17명과 함께 이 같은 의상과 소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그가 만드는 옷과 소품은 모두 손톱만한 크기이며 값은 300∼800원대.

최 팀장은 “인터넷상의 아바타가 착용하는 소품(아이템)을 만드는 일이지만 들어가는 정성은 실제 일류 브랜드 못지않다”고 말한다.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먼저 디자인팀의 제품기획 담당자들은 명동과 압구정동을 뛰어다니며 유행 패션을 점검한다. 일일이 매장에 들러 천의 재질과 바느질 방법, 유행하는 컬러를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손톱만한’ 아이템 디자인에 들어간다.

디자인이 끝나면 도안에 따라 포토숍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파일 형태로 제작하기 시작한다. 십자수를 놓듯, 확대한 화면에서 수백 개의 화소(픽셀)를 일일이 칠한다.

화소 하나하나의 색깔은 옷감의 재질과 바느질 방향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디자인 팀원들은 PC 모니터 상에서 완성한 아이템만 보고 “올 겨울에는 오리털이 다시 뜨나봐”라고 한마디씩 할 정도로 ‘가상 패션감각’이 날카롭다.

종전에는 옷이나 모자, 장갑 핸드백 일색이었던 아이템도 최근에는 자동차 스키 강아지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성형수술 아이템(3500원)을 내놓기도 했으나 “연예인처럼 개성 없는 얼굴이 됐다”며 외면당하기도.

아바타용 아이템은 유행에 민감한 네티즌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이거다’ 싶을 때는 즉시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바로 뒤진다.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황선홍 선수가 미국 선수와 부딪혀 눈가에 상처를 입은 뒤 붕대를 한 날, 넷마블에서는 ‘황선홍 붕대’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도 걸려 있는 옷들을 아이템으로 착각할 정도로 머릿속은 늘 아이템으로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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