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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7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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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학내 벤처인 디지털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실. 칩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랩온어칩’의 개척자인 이 회사의 풍경이 이채롭다. 반도체제조공장을 연상케 하는 클린룸, 세포병리실, 컴퓨터실, 레이저실험실에서 28명의 연구원과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마치 기계, 컴퓨터, 생물, 화학, 물리학과를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여기서 나오는 퓨전 제품은 세상에 처음 탄생하는 것들이다. 칩으로 백혈구나 적혈구의 개수를 측정하는 셀카운터, 칩 위에 피 한 방울만 떨어뜨려 혈액을 분석하는 플라스틱칩이 그것이다. 연구원들은 칩 하나로 모든 질병과 환경 오염을 분석할 수 있는 손톱 크기의 칩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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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계와 의공학을 전공한 정찬일 박사(33·연구소장)는 미국 MIT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교수직을 마다하고 벤처회사에 합류했다. 정 소장의 하루 일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이 끝난 뒤 연구원과 술을 마시며 ‘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기계공학도인 조한상 박사(35)는 현대자동차에서 전기와 가솔린엔진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의 역할은 전자, 생화학, 기계, 레이저 등을 통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 광학과 의공학을 전공한 러시아 출신의 알렉세이 단친유 박사(33)는 레이저로 세포의 크기나 개수를 측정하는 장치 개발을 맡고 있다.
분석화학을 전공한 뒤 아남반도체기술에서 일하다가 합류한 조근창 박사(34)는 전자와 프로그래밍에도 능해 정밀분석장비를 개발한다. 생화학을 전공한 김은주 박사(34)는 바이오센서 제작을 맡고 있다. 병리학이 전공인 임선희 박사(32)는 배양한 세포나 세균을 랩온어칩이 제대로 분석하는지 실험한다.2년 전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각 분야마다 용어와 사고방식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 김은주 박사는 “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도움을 청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정 소장은 “다른 데서는 말만 ‘협동연구’이지 결정적인 부분은 감춰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벤처에 승부를 걸면서 ‘퓨전’이 곧 기술혁신의 마법사라는 것을 모든 연구원들이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