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산업은 외환위기 직후부터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내수시장에 안주하던 PC산업이 본격적인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 PC와 관련 제품 수출액은 1998년을 출발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98년 51억7800만달러에 불과하던 PC와 관련 제품의 수출액은 99년 2배 가까운 103억1600만달러로 증가했다. 작년 초반부터는 월수출액이 자동차를 앞서기 시작했고 지난해 총수출액은 192억4800만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삼보컴퓨터와 KDS가 98년 9월 합작으로 미국에 설립한 PC유통업체 이머신즈는 PC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PC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머신즈는 98년 11월 처음으로 PC가격의 400달러선을 깨는 등 저가(低價) PC시장을 파고들어 99년 6월 일거에 미국시장 점유율 3위로 뛰어올랐다. 이머신즈는 작년 1·4분기(1∼3월)에도 2억4980만달러 어치의 매출을 올리면서 성장세를 이어갔고 ‘e코리아’의 위상을 세계무대에 심었다.
그러나 작년 2·4분기(4∼6월)부터 매출액이 뚝 떨어지고 적자를 내기 시작했으며 올 5월에는 마침내 한국관련 기업으로는 처음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머신즈의 부침은 한국 PC산업 전반의 상황을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1∼6월) PC와 관련제품 수출액은 70억4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억8300만달러가 줄었다.
최대 PC 수출업체인 삼보컴퓨터의 상반기 매출은 1조399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27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머신즈 신화의 주인공이던 KDS는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식시장에서 한때 ‘부도설’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LG투자증권 기업분석1팀 박강호 책임연구원은 “국내 주요 PC업체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아직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4·4분기(10∼12월) 중에도 PC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4·4분기에 PC 수요가 회복된다하더라도 신규 데스크톱 PC 수요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PC업체들은 보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