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미국 지방 TV 'WWW혁명'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3분


미국 지방방송들의 인터넷방송 모습
미국 지방방송들의 인터넷방송 모습
미국 라스베이거스 외곽의 지역방송국 킨TV(KEEN―TV). 몇 년 전만 해도 흘러간 옛 영화나 지역 유지가 출연하는 토크쇼 등을 방송하는 ‘별 볼일 없는’ 방송국이었다.

그러나 이 방송국에 인터넷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년 전부터 극초단파(UHF) 방송과는 별도로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것. 이제 킨TV의 캐럴 뮬러낵스 사장이 말하는 시청자는 지역 주민을 넘어서 세계의 네티즌을 포함하는 개념이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동안 AOL 타임워너 등 거대 미디어업체의 구호로만 여겼던 ‘TV와 인터넷의 수렴현상’이 이제는 지역의 소규모 방송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미 많은 지역 라디오방송국이 시청권을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넓혔고 이제는 지역 TV방송국들의 차례가 된 것.

킨TV는 이런 추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 그동안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UHF 채널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킨TV의 홈페이지(www.keentv.com)에 접속하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또 킨TV는 별도의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받아보고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초보적 단계의 쌍방향 TV를 실험하고 있다.

미국방송협회의 데니스 워튼 부사장은 이와 관련, “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흘려보내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TV에 이로운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TV방송국이 인터넷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스트리밍 기술이었다. 스트리밍이란 인터넷을 통해 음성이나 동영상을 내려받아 재생하는 기술.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리얼플레이어나 윈도미디어플레이어 등이 있다. 단 이들 프로그램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만 작동하는 불편함이 있다.

킨TV는 이런 문제를 헬로네트워크(helloNetwork.com)라는 회사를 통해 해결했다. 1997년 라스베이거스에 설립된 헬로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 이 회사의 랜스 혼 사장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고화질의 이미지와 음성을 재생할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을 개발해 킨TV 등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 현재 인터넷방송으로 돈을 버는 곳은 포르노그라피 등 성인물을 방영하는 일부 방송국들뿐이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지역의 라디오 TV 방송국이 인터넷이라는 바다로 뛰어들고 있는 셈.

킨TV도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인터넷방송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프로듀서들이 몰려든 것. 킨TV는 30분당 200달러를 받고 이들의 프로그램을 방영해준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8000여명의 온라인 시청자를 확보한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

최근에는 한 고스펠 가수와 계약을 맺고 쇼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평소 라스베이거스 근교 교회에서 공연을 하던 가수였으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고스펠 솜씨를 뽐내고 싶다는 것. “애리조나에 있는 신자들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계약을 한 뮬러낵스 사장의 말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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