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삼경정보통신, 무인우체국 독일 수출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3분


독일에서는 이달부터 무인우체국 도입을 위한 실험이 시작된다.

국영 우체국 도이치포스트는 이달말 무인우체국 시스템 10여대를 도입해 6개월간 시범운영에 나선다. 2003년까지 독일 전역에 900여대의 무인우체국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우편업무의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의 질까지 획기적으로 높여줄 독일의 무인우체국 시스템은 놀랍게도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이다. 우체국 직원 예닐곱명 몫을 척척 해내는 이 시스템을 개발한 곳은 전직원 30여명의 벤처기업 삼경정보통신. 이 회사는 독일 수출로만 2년간 400억∼5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독일 말고도 프랑스 영국 말레이시아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무인우체국 시스템 분야의 정상 등극도 겨냥하고 있다.

‘작은 벤처기업이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누구나 품을 만한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김혜정사장(39·여)에게서 이내 찾아낼 수 있다.

“처음 무인우체국 시스템 개발을 추진할 때 정부에서조차 때가 아니라고 만류했지만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어요.”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김사장의 본업은 7년 전만해도 유치원 원장이었다. 지금의 회사는 남편이 설립했지만 95년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맡게 됐다. 사업분야는 엔지니어 출신인 남자 사장도 어렵다는 자동화사업.

그러나 김사장은 고집스러운 기술개발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경영수완으로 단시일내 확고한 성장기반을 다졌다.

무인우체국은 현금지급기 모양의 단말기 안에 전기 및 전자, 광학기술은 물론 자동제어 및 우편 소프트웨어까지 오차없이 구현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 특히 접수되는 우편물의 크기를 인식하는 기능을 완성하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98년 완성된 시스템은 말레이시아 우편박람회에 처음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도 기술력을 인정해 대당 4500만원짜리 시스템을 무려 57대나 구입했다.지난해에는 스위스 제네바 우편박람회에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품해 도이치포스트 관계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도이치포스트는 당시 우편 자동화를 위해 선진업체들의 장비를 수입할 계획이었으나 이 시스템을 본 뒤 “구상하던 것을 찾았다”며 수입을 희망해왔다. 터치스크린 조작을 통해 우편물 종류 인식은 물론 요금 증지 발행 및 우편 바코드 인쇄, 영수증 및 접수기록 발매, 부정사용 및 도난방지 등 작업을 거뜬히 처리하는 기능 덕분이었다. 김사장은 최근 세계적인 우편시스템 업체인 미국 벨앤하우엘과 사후서비스 업무 위탁계약을 했다. 독일을 발판삼아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포부를 본격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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