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약으로 쓰인 물질은 천연물에서 추출된 성분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1,2세기 동안 과학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이 약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약의 대부분은 이 범주에 속한다.
1980년대 면역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체내 세포를 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림프구 등 기능이 약화된 면역세포를 환자로부터 추출, 체외에서 활성화시킨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함으로써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된 것이다.
인체의 세포를 약으로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혁명적인 것이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의 약이 질병의 결과를 치료하는데 사용됐다면 21세기에 연구되는 새로운 약은 질병의 근본원인을 없애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체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대부분 질병이 유전자 이상으로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 치료법은 결함있는 유전자를 바로잡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다.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정상 유전자나 새로운 기능의 유전자를 세포내로 투입해야 한다. 즉 유전자 치료법에서는 투입되는 유전자가 바로 약인 셈이다.
유전자 약은 질병의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방에도 응용될 수 있다. 인체 유전자중 특정 질병이 발병하기 쉬운 유전자를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발병하기 전에 유전자 치료를 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개념이다. 이같은 시도는 현재 유방암 발생 위험을 알아낼 수 있는 유전자를 대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허대석(서울대병원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