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무성의한 진찰로 사망 60% 배상책임"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간단한 진찰로도 증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사하는 바람에 환자가 숨졌다면 의사와 병원에 6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우의형·禹義亨 부장판사)는 8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혈복강(장기가 손상돼 뱃속에 피가 고이는 증상)으로 숨진 조모씨 가족들이 인천 S병원과 이 병원 영종도 분원 의사 최모씨(58)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병원측은 피해자 가족에게 청구금액의 6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씨가 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에 찾아왔을 때 뱃속에 혈액 1500㏄가 차 올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도 무성의한 진찰로 진통제와 항생제만 주사하는 바람에 수술 시기를 놓쳐 조씨가 숨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 가족들도 △의사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였고 △의사가 1명뿐인 소규모 의원이었으며 △의사가 큰 병원을 찾아보라고 권유했던 점에서 큰 병원을 찾아가는 등의 사후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도 최씨의 진료에만 의존한 과실이 있는 만큼 4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97년 5월 교통사고로 S병원 분원을 찾았지만 최씨는 방사선 촬영만 한 뒤 ‘이상은 없지만 뇌손상일 수도 있으니 큰 병원에 가서 CT촬영을 해보라’는 진단과 함께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조씨는 같은 날 밤 허리통증이 재발해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다음날 새벽 최씨를 다시 찾아갔지만 진통제 처방만 받았다가 3시간후 2000㏄ 혈복강으로 숨졌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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