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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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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507m인 지리산의 노고단. 구름이 바로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이곳에는 6월에서 8월까지 80여일간 갖가지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짙은 안개에 비바람이 불고 한여름에도 20도가 넘는 일교차를 보이지만 식물들의 왕성한 생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원추리 동자꽃 산오이풀 등 148종의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는 우리 고산식물의 70%에 해당한다.
KBS 1TV ‘환경스페셜’(수요일 밤10·15)은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KBS광주총국의 이태경PD가 연출한 작품.
불모지에 가깝던 노고단이 변신을 시작한 것은 91년 생태복원지로 지정되면서부터. 48일간 노고단 일대에서 먹고 자며 이곳의 생태계를 화면에 담은 이PD는 “가장 훌륭한 보존책은 사람과 멀리 있는 것”이라며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된 뒤 노고단은 별도의 보호조치 없이 매년 평균 10여종의 식물이 늘어나는 자생력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노고단의 변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노고단 남쪽 비탈진 곳에 자생하는 비비추 산오이풀 등 ‘건강한 이웃’ 덕분. 이들의 왕성한 생명활동이 노고단의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둘째, 식물의 ‘성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곤충들의 활약상이 컸다. 제작진이 야광램프를 이용해 ‘동원’에 성공한 곤충은 신갈나무충령과 거품벌레, 자벌레 등 200여종에 이른다. 이 곤충들이 식물들의 번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프로에서는 청잎벌이 서로를 잡아먹는 장면과 맵시벌이 천적인 자벌레의 몸 속에 산란하는 장면 등 희귀장면도 공개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